中 하이얼, 美 GE 업고 공습…LG·삼성 주가 경보 울리나

입력 2016-01-18 10:24
[ 권민경 기자 ]

중국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인수함에 따라 세계 가전 시장 판도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얼은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LG와 삼성에 밀려 존재감이 미미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하이얼이 GE 가전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고 있는 국내 가전 업체들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진단했다.

18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 15일 GE 가전 사업부를 54억 달러(한화 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하이얼은 인수 이후에도 GE 브랜드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인수 금액은 지난해 스웨덴 업체 일렉트로룩스가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 33억 달러를 제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중 인수가 마무리되면 중국 기업의 해외 가전 업체 인수 중 최대 규모가 된다.

1984년 '칭다오 냉장고 공장'으로 설립해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하이얼은 2009년부터 세계 백색 가전 시장점유율 1위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에서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은 글로벌 대비 현저히 낮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백색 가전 점유율 1위는 미국 월풀이고, GE는 LG전자, 삼성전자, 일렉트로룩스에 이어 5~6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하이얼은 GE의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 가격 경쟁력을 더해 미국과 서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얼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열위에 있는 유통 채널을 만회하기 위해 GE 가전을 인수한 것"이라며 "과거 중국 레노보가 미국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 인수는 시너지가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백색 가전 시장은 고가형과 저가형으로 양극화 되고 있다"며 "양문형 냉장고와 빌트인 가전 등에서 GE의 높은 기술력이 하이얼 제품에 옮겨가고, GE의 중저가 제품에는 하이얼의 원가 경쟁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하이얼의 고가 제품에도 GE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해질 전망이어서 이번 인수로 국내 가전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는 국내 가전 업체들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업체들의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은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로) 가전 비중이 높은 LG전자에 대한 센티멘털(투자심리) 우려로 주가 조정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지난 수년간 중국의 제조업 강화를 위한 인수와 기술 제휴 등이 이어져왔고, 주식 시장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2004년 중국 레노보는 미국 IBM의 PC 부문을 인수했고, 2014년〈?모토로라 휴대폰 부문도 가져왔다.

지난해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웨스턴디지털 지분을 인수했고, 샤오미와 중국 휴대폰 업체들은 미국 퀄컴과의 특허 사용에 대해 합의했다.

하이얼 역시 2011년 일본 산요의 세탁기와 가전 냉장고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2012년에는 뉴질랜드 가전 업체 피셔앤페이컬을 사들였다.

조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굵직한 인수와 특허 사용 합의 등을 보면 이들의 제품 업그레이드 속도를 엿볼 수 있다"며 "이번 하이얼의 인수도 미국 입지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다만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는 이미 예견돼 왔던 것인만큼 새롭지는 않은 이벤트"라며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현 시점은 LG전자 주식을 적극 매수할 시점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투자업계 일부에서는 세계 가전 시장이 저전력, 저소음 등 친환경 위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가 판도를 흔들 만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세계 가전 시장에서는 에코 개념을 가진 제품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런 점을 미루어볼 때 하이얼의 GE 가전 인수가 LG전자 등 국내 가전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LG전자는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 경쟁력은 물론 모터 등 핵심 부품의 내재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업종의 유일한 대안으로 LG전자를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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