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과 협력·심야 순찰대 운영…성과내는 경찰 '치안공백 대책'
기동순찰대 뜨자 현장 검거율↑
신고 몰리는 오후 8시 이후 근무
경찰청 "올해 50곳까지 확대할 것"
시민의 눈과 발은 '치안 도우미'
자율방범대, 지역 안전강화 대표사례
배달부들과 손잡고 신고시스템 구축도
[ 윤희은/황정환 기자 ]
지난해 12월19일 새벽 서울 관악경찰서 112종합상황실에 신림동 번화가에서 스무 살 안팎의 청년 20여명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관악경찰서 기동순찰대는 신고 접수 2분21초 만에 순찰차 6대를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경찰관들은 15분 만에 7명을 폭력사범으로 검거했다. 신림지구대 관계자는 “11명에 불과한 지구대 인력만으로는 젊은이 20여명을 당해내기 힘들 것”이라며 “기동순찰대의 도움으로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규모는 14만여명에 이르지만 현장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 숫자는 하루 평균 2만5000여명이다. 교대 근무로 돌아가며 현장을 지키는 데 따른 결과다. 한국 인구가 5153만명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현장 경찰관 한 명이 2000명 이상의 시민 안전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만성적인 현장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선 경찰서들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기동순찰대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찰력을 투입하는 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동네 배달부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심야시간에 동네 곳곳을 순찰하는 자전거순찰대도 선보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에 대응하는 데 현재 경찰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인원이 늘어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택과 집중’의 기동순찰대
지난 11일 밤 10시. 신림동 주변을 순찰하던 관악경찰서 기동순찰대 차량으로 “봉천역의 한 술집에서 손님이 맥주병을 휘두르고 있다”는 출동신고가 들어왔다. 바로 차량을 돌려 사건현장에 도착하기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만취해 술집 주인을 맥주병으로 위협하던 남성은 실랑이 끝에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기동순찰대는 2014년 8월 서울 송파경찰서와 강남경찰서 등에서 처음 도입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다. 경찰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112출동신고의 32.6%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집중돼 있다”며 “한정된 인력을 치안 수요가 몰리는 시간과 장소에 집중 배치하기 위해 기동순찰대를 신설해 지난 1년여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지역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사건 검거 건수를 경찰청이 지난 1년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동순찰대의 순찰 차량이 무리지어 우범지역을 도는 ‘위력순찰’을 시행하면서 5대 범죄 발생 건수도 2.7% 감소했다. 112신고에 따른 현장 검거율은 11.9%에서 31.6%로, 2.7배로 증가했다. 경찰청은 30곳까지 늘어난 기동순찰대를 올해 50곳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장 치안 돕는 치킨배달부
시민의 도움을 받는 ‘참여 치안’으로 부족한 치안력을 해결하는 경찰서도 많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해 봄 배달부 80여명으로 구성한 ‘우리동네 살피미’를 발족했다.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 사건 현장 및 의심 현장을 목격하면 바로 신고하는 시스템이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치안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배달부들 스스로 준법정신을 가지면서 오토바이 사망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구체적 실적도 있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아파트 배달에 나갔던 치킨 배달부가 “살려주세요”라는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경찰에 신고해 남편에게 폭행당하던 여성을 구출하기도 했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도 대표적인 참여 치안의 사례다. 경찰 관계자는 “자율방범대는 지역치안 강화는 물론 시민과 경찰관의 연대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야간에만 순찰하는 ‘자전거순찰대’도 등장했다. 세종경찰서는 오후 8시부터 3시간 동안 차가 다닐 수 없는 외진 곳을 구석구석 순찰하는 80명 규모의 자전거순찰대를 운영 중이다. 세종경찰서 관계자는 “신도시의 특성상 밤이 되면 인적이 뜸해지는 곳이 많다”며 “경찰관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 같은 치안 취약지역을 살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희은/황정환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