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정 기자 ]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큰아들은 SF영화를 좋아합니다. 짬이 날 때마다 함께 영화를 보며 배우와 제작 얘기를 나누죠. 어머니는 아이들과 함께 애니메이션 보기를 즐깁니다. 3대가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공간은 참 소중합니다.”
포장용기제조업체 두일캡을 운영하는 강문규 대표(40)의 집 지하에는 3대를 위한 아늑한 소통 공간이 있다. 와인바를 겸한 영화와 음악감상실이다. 강 대표는 이곳에서 한 달에 두어 번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내와는 종종 와인데이트도 즐긴다.
강 대표가 집 안의 영화감상실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대형 스크린. 벽 한 면 전체에 185인치 대형 스크린을 걸었다. 영화와 음악감상실을 설계할 때는 공간과 용도를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대형 스크린으로 웅장한 영화의 묘미를 즐기는 데 중점을 둘지, 섬세한 음악 감상을 위한 고음질 오디오시스템에 초점을 둘지 정하는 것이 먼저다.
강 대표는 시원한 영상을 위해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에 각각 1000만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대신 오디오의 일부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중고제품을 구입했다. LP판을 트는 턴테이블은 용산 상가에서 250만원에 샀고, CD플레이어와 앰프 등 ?인터넷 쇼핑몰과 동호회를 통해 150만~500만원에 구입했다. 지난 3년 동안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나팔 모양의 멋진 외관을 지닌 스피커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몇 해 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준비 없이 가업을 잇게 됐죠. ‘대표’는 욕을 먹는 자리잖아요. 처음엔 음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영화·음악 감상실 꾸미기에 정성을 쏟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가 집 안의 영화·음악 감상실 꾸미기에 물심양면의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유다. 지친 삶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베이스캠프(base camp)와 같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결코 녹록지 않은 인생이라는 지난한 등반 여정, 그 험난한 길에 심리적·물리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공간을 갖추는 것은 또 하나의 ‘가치 투자’다.
배현정 기자 gr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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