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얼마 전 영국 런던의 8000만파운드(약 1400억원)짜리 초호화주택이 팔렸다. 매수자는 중국 최고 부자인 완다그룹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이었다. 세금만 170억원. 영국 주택거래 사상 최고액이다. 리모델링 비용도 880억원이나 든다고 한다. 왕 회장은 엊그제 ‘쥬라기월드’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사까지 35억달러(약 4조2330억원)에 사들였다. 그의 자산은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이른다.
택시기사 출신의 금융가 류이첸은 모딜리아니의 작품 ‘누워 있는 나부’를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 고가인 1억7040만달러(약 1971억원)에 사들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청나라 건륭제 찻잔을 3600만달러에 사서 자신이 사용할 정도의 ‘큰손’답다. 그를 비롯해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참가하는 사람의 70%가 중국인인 경우도 허다하다.
중국 부자들의 자산 증식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100대 부호’의 총자산은 2005년 5915억위안(약 106조4345억원)에서 지난해 5조2688억위안(약 948조원)으로 9배 증가했다. 이들은 한 끼 식사에 1만위안(약 180만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대부분이 벼락부자다. 10대 갑부의 절반이 IT사업으로 떼돈을 벌었다.
세계 최대 달러 보유국인 중국이 이제는 세계 최다 억만장자 보유국까지 겸하게 됐다. 중국 후룬(胡潤)연구원은 지난해 자산규모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 중국 거부가 596명으로 미국(537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홍콩과 마카오, 대만까지 합하면 715명이다. 우리 돈으로 200억원 이상을 가진 부자만 8만명 이상이라는 집계도 있다. 11억원(100만달러) 이상은 130여만명이다.
중산층 인구 또한 미국을 추월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2015년 세계 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산 5만~50만달러(약 6000만~6억원)에 이르는 중산층은 1억900만명으로 미국의 92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자산이 국가 평균 연소득의 두 배인 사람을 기준으로 잡을 때 중국 중산층은 전 세계 6억6400만명의 16.4%를 차지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앞으로도 중국 가계의 부 증가 속도는 선진국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중국 백만장자가 2020년에는 23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이 존경받는 부자가 될지 비난받는 졸부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왕서방 큰손’들이 ‘붉은 대륙’의 시장경제화에 얼마나 기여할지도 궁금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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