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졸업해도…현실은 '3년째 취업준비생'

입력 2016-01-14 20:36
청년 실업률 9.2%의 현장

서울대생 취업 고민 상담, 2009년 118건→2014년 688건

기업의 채용 의뢰는, 2011년 362건→2014년 262건


[ 마지혜/오형주/황정환 기자 ]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A씨는 새해가 달갑지 않다. 그는 취업 준비를 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처음 도전장을 낸 2014년만 해도 취업난은 남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외국어고를 졸업하고 해외 교환학생 경험까지 쌓아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데다 취업이 비교적 잘 되는 상경계열 전공에 학점도 높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취업 한파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학력과 학점 등이 좋아 서류심사는 비교적 쉽게 통과했지만 이어진 인·적성검사와 면접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물론 갈 회사가 없어서가 아니라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 탓이 컸다. 지난 2년간 50개 넘는 기업에서 ‘퇴짜’를 맞은 그는 “올해는 가고 싶은 회사보다 갈 수 있는 회사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청년 실업률이 9.2%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는 대학 졸업자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국내외 명문대 졸업자조차 취직이 되지 않아 구직시장을 떠돌고 당장 생활이 막막한 청년들은 막노동판까지 내몰렸다.

청년 취업난은 서울대 출신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에 따르면 2009년 118건에 불과하던 서울대생의 취업 상담 건수는 2014년 688건으로 6배 가까이로 늘었다. 반면 기업의 채용 수요는 줄었다. 서울대생 채용을 위해 찾아온 기업의 채용 상담 건수는 2011년 362건에서 2014년 262건으로 줄었고, 기업이 서울대에 보내온 채용공지 건수도 2012년 5409건에서 2014년 5158건으로 감소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기업의 생산직 일자리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서류 접수를 시작한 기아자동차 생산직 모집에서는 학력 제한이 없어졌다. 과거에는 고졸과 전문대 졸업자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제 4년제 대학 출신에도 문이 열린 것이다. 한국산업기술대 기계공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뽑히기만 한다면 학교를 자퇴하고 바로 공장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취업을 못 한 대졸자들은 공사장과 무급 인턴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공사 현장을 알선해 달라며 소개소를 찾아오는 젊은이가 지난해 중반부터 예년의 두 배로 늘었다”며 “전체 인력 가운데 10% 정도가 청년”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에서 무급으로 일할 기회를 얻었다는 서울의 한 사립대 4학년 학생은 “월급을 못 받을 뿐 아니라 현지 생활비 등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 일단 경력을 쌓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최근 중국으로 떠났다.

마지혜/오형주/황정환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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