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있는 도서관
[ 박상익 기자 ] 서울 연희동 서대문도서관에는 다른 도서관에서 보기 힘든 ‘사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380여명이 활동하는 이 조직은 월 회비 2000원씩을 걷어 매달 40만~60만원의 활동자금을 조성한다. 이렇게 모은 돈은 도서관이 하기 어려운 부분에 투입돼 ‘해결사’ 노릇을 한다. 이 조직은 ‘서대문도서관친구들(서도친)’이다.
1986년 서울교육청이 설립한 서대문도서관은 안산 언덕 끝자락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3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하다 보니 곳곳에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대대적인 개·보수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14년에는 책장이 무너질 정도로 시설이 낡았다. 양리리 대표(40)를 비롯해 서도친 회원들은 모은 회비 400만원으로 서가 6대를 구입해 기증했다. 지난해에는 도서관 내 냉·난방기 청소 비용까지 지원했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떠나는 곳이라는 인식을 넘어 이용자 스스로 도서관을 가꿔가는 ‘서도친’은 서대문도서관의 자랑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다.
서도친은 2011년 학습코칭 전문가이자 서대문구 주민 ?양 대표가 주도해 결성했다. 여러 도서관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 특강을 하던 양 대표는 정보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도서관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서대문도서관의 요청도 있어서 후원 모임을 꾸리기로 했다. 양 대표는 “우리 동네 도서관을 돕는다는 취지에 공감한 주민이 순식간에 모여 100명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인도 서도친 회원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갑)은 도서를 기증했고, 이성헌 새누리당 당협위원장은 도서관이 특별교부금 3억원을 받도록 힘을 보탰다.
이 같은 후원에 힘입어 서대문도서관은 지역 주민을 위한 장서 수집,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문 등이 있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일제강점기 시대를 포함한 근현대사 자료 4000여점을 2008년부터 수집하고 있다. 광복 70주년이던 지난해에는 ‘우리역사 탐구’ ‘쉽게 배우는 근현대사’ ‘한국사 스토리텔링 지도사 과정’ 등 역사 인식 확립에 도움이 되는 강좌를 운영했다.
신태숙 서대문도서관장은 “유아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언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용자의 의견을 자주 수렴해 소통하는 도서관으로 꾸려가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