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되는 중국발 쇼크] 일본 엔화값 치솟고 주가 급락…'중풍(中風)' 맞은 아베노믹스

입력 2016-01-14 17:39
글로벌 경제 불안…안전자산에 돈 몰려

엔화가치 올들어 3엔 상승…11개월내 최고
"와타나베 부인들 엔화 대거 사들여" 분석도
실적악화 우려로 일본 증시 장중 1만7000 붕괴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엔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초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증시 요동과 국제 유가 급락 등으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엔저(低)를 통해 기업이익을 늘리고, 이를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지게 해 일본을 성장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아베노믹스)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엔화 가치 3엔 상승

14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전날보다 1엔 가까이 급등한 달러당 117.26엔에 거래됐다. 작년 2월3일(달러당 117.23엔) 이후 11개월 만의 최고다. 올 들어서만 3엔가량 상승했다.

연초 중국발(發) 금융시장 불안과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엔화에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일본 개인 외환투자가를 뜻하는 ‘와타나베 부인’이 엔화를 대?사들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자산을 보유한 나라”라며 “요즘처럼 신흥국 시장이 불안정할 때는 해외 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려는 와타나베 부인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엔화 가치는 작년 6월 달러당 125엔대까지 떨어졌지만, 올 상반기 중 120엔대로 다시 내려가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에 이날 일본 채권시장에서 10년물 일본 국채금리(국채가격)는 장중 전날보다 0.015%포인트 하락(상승)한 연 0.19%로, 사상 최저(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68% 급락한 17,240.95에 마감했다. 작년 9월30일(16.930.84) 이후 4개월 만의 최저다. 오후 한때 17,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엔화가 계속 강세를 보이면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탓이다.

일본 기업들이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엔화 가치를 달러당 117~120엔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어 추가 엔고(高)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설비투자 회복도 불안

이날 발표된 지난해 11월 기계수주도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향후 설비투자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난해 11월 기계수주(선박전력을 제외한 민간수주)가 전달보다 14.4%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아?총리는 지난해 말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법인세를 20%대로 인하하기로 하면서 기업들로부터 올해 임금 인상과 설비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글로벌 수요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고와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선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작년 최고치인 달러당 115엔을 넘고, 닛케이225지수가 지난해 저점인 16,500선까지 떨어지면 일본은행이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이달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오는 28~29일 열린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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