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엔 매출 80% 음원유통…사업 본질 파고들어
인재는 적재적소 배치
[ 좌동욱 기자 ]
홍콩계 아시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로엔엔터테인먼트(로엔) 매각으로 원금(3000억원) 대비 5배 이상의 자금을 회수할 전망이다. 2014년 오비맥주 경영권 매각으로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매각 차익을 거둔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다. 삼성전자 재무팀 출신인 박영택 회장(사진)의 유연하면서도 독창적인 경영 전략이 투자 성공의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어피너티는 지난 11일 로엔 지분 61.4%를 주당 9만7000원, 총 1조506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카카오와 체결했다. 매각 대금의 60%(9000억원)를 현금으로, 나머지 40%(6060억원)는 카카오 신주(약 8%)로 받는 구조다. 어피너티의 로엔 투자 원금은 주당 평균 1만9100원, 총 2970억원이다. 로엔 투자 2년6개월여 만에 배당 등을 합쳐 약 1조원의 현금을 회수하고 6000억원어치 카카오 주식을 보너스로 확보한 것이다.
어피너티는 글로벌 투자회사인 UBS캐피털에서 아시아와 태평양 투자를 담당하던 팀이 2004년 분사해 설립한 PEF 운용사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19년간 재직한 뒤 2000년 UBS캐피털의 한국 대표로 이직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나온 데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재무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국제통’으로 당시 임원 1순위 후보로 거론됐다.
박 회장의 특징은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로엔의 사업 영역은 정보기술(IT),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에 걸쳐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 PEF가 꺼리는 분야다. 어피너티는 다른 PEF와 달리 로엔의 유통업 속성을 중시했다. 로엔 매출의 약 80%는 멜론으로 대표되는 음원 유통 사업에서 나온다. 어피너티는 오비맥주와 하이마트 등 유통 기업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박 회장은 또 기업 경영진을 고르는 데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엔을 인수하면서 기존 SK텔레콤 출신인 신원수 대표를 유임시켰다. 2005년 하이마트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에도 기존 최고경영자(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를 바꾸지 않았다. 반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영진을 교체한다.
대기업의 ‘관료주의’가 갖고 있는 폐단을 싫어해 의사결정도 단순 명료하다. 로엔은 어피너티로 넘어간 뒤 SK그룹 소속 시절과 달리 미래 성장성이 높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킹콩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를 잇따라 인수해 주주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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