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6억씩 손해보는 우유업계…"중국산 수입까지 검토"

입력 2016-01-12 18:04
재고 넘쳐도 가격 그대로…한계 다다른 유업체들

수요 줄어도 고가 매입해야
남는 재고 분유로 돌려도 하루 65t씩 남아돌아 손해

1위 서울우유도 이익률 0.5% 중소업체는 적자 쌓여 '벼랑 끝'
중국·일본서 수입 타진 안간힘


[ 강진규 기자 ] “중국산 우유의 품질은 국산 우유에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관세 양허가 된다면 충분히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달 초 국내 A유업체는 경영전략회의에서 한국산보다 질은 낮지만 가격이 싼 중국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우유업계의 위기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떻게든 살길을 찾으라’는 대표이사의 지시가 있었다”며 “우유 수입도 그중 하나로 국가별로 현황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주목하는 곳은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폰테라 등 글로벌 우유 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있는 시장으로, 유기농 우유 생산 기술을 갖추는 등 최근 품질이 국내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관세 양허가 이뤄진다면 운송비를 포함해도 국내의 ㎏당 가격보다 200원가량 싼 값에 우유를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A사는 전망하고 있다. 일본산은 유명 우유 산지인 삿포로 등 홋카이도 지역의 프리미엄 우유를 중심으로 수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호주 등 낙농 선진국에 직영 농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업체도 있다.

우유 회사들이 이처럼 해외에서 원유 수입을 꾀하고 있는 것은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유가공협회는 남양유업,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등 10개 회원사의 지난해 상반기 흰우유 부문 총영업손실이 3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상도 유가공협회 전무는 “하반기에도 영업 부진이 이어진 것을 고려하면 연간 기준 손실액은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업체들은 업계의 위기 원인으로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연동제를 지목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전년도 원유 가격에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 제도다. 가격 결정의 중요한 한 축인 수요 변동은 무시한 채 공급 요인만 반영하는 구조다.

가격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 부진이 겹치자 유업체들의 재고가 쌓였고, 이는 다시 유업체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우유 회사들의 주장이다. 박 전무는 “분유 1㎏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만2000원인데 분유의 재판매 가격은 ㎏당 약 3000원”이라며 “지난달에는 하루평균 약 65t의 분유가 재고로 남아 매일 5억8500만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푸르밀과 비락우유는 공급받은 원유의 60~70%만을 사용할 정도?재고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떨어져 공급량과 가격이 감소해야 하지만 유독 국내 우유 시장만 공급가가 ㎏당 1099원으로 고정돼 있어 시장 원리가 작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가격 규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우유 과잉 공급이 이어진 지난해 주요 낙농 선진국들은 원유 수매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뉴질랜드는 ㎏당 원유 수매 가격을 2014년 582원에서 지난해 298원으로 인하했다. 같은 기간 미국도 570원에서 394원으로 값을 내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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