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어피너티 박영태 회장의 M&A 시장 ‘연타석 홈런’ 비결

입력 2016-01-12 17:00
로엔 매각으로 2년6개월만에 원금(3000억) 5배 회수…카카오 주가는 보너스
경영권 인수 후 CEO 유임…대기업(SK)보다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
엔터테인먼트 사업 잇따라 인수… 성장성이 큰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
오비맥주 하이마트 등 유통업 경영 노하우를 음원 산업에 접목


이 기사는 01월12일(16: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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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계 아시아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 매각으로 원금(3000억원) 대비 5배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할 전망이다. 2014년 오비맥주 경영권 매각으로 4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데 이은 연타석 홈런이다. 삼성전자 재무팀 출신의 박영택 회장(사진)의 유연하면서도 독창적인 경영 전략이 성공의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년6개월만에 원금 5.4배(1조5000억원) 회수
어피너티는 11일 로엔 지분 61.4%를 주당 9만7000원씩 1조506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카카오와 체결했다. 매각 대금의 60%(9000억원)는 현금으로, 나머지 40%(6060억원)는 카카오 신주(약 8%)로 받는 구조다. 어피너티는 2013년 9월 로엔에 대한 첫 투자 이후 자본구조재조정(리캡)과 배당 등으로 약 1000억원 가량을 이미 회수했다. 어피너티의 로엔 투자 원금은 주당 평균 1만9100원씩 총 2970억원. 로엔 투자 2년 6개월여만에 약 1조원의 현금을 회수하고 6000억원어치 카카오 주식을 보너스로 확보한 것이다. 현 카카오 시가로 따져도 원금 대비 5.4배의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어피너티는 글로벌 투자회사인 UBS캐피탈에서 아시아와 태평양 투자를 담당하던 팀이 2004년 분사해 설립한 PEF 운용사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거래에 주로 투자한다. 4호 펀드 규모는 38억달러로 국내 최대 운용사인 MBK 3호 펀드(27억달러)보다 10억달러 가량이 크다. 2014년 아시아 지역에서 최대 규모 매각 차익(40억달러)을 거둔 오비맥주 뿐 아니라 2008년 하이마트 1조1700억원(원금 대비 2.5배), 2009년 더페이스샵 3400억원(원금 대비 5.2배) 등 한국 기업에서 거둔 수익률은 글로벌 PEF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음원 사업에 유통업 노하우 접목
박 회장은 삼성전자 재무팀 등에서 19년 재직하다 UBS캐피탈 한국 대표로 국제금융팀 어피너티 출범 당시 사실상 한국 대표 역할에 그쳤던 박 회장은 투자 성과를 인정받아 2014년 공동 회장으로 승진했다. 내부 영향력이 창업자인 KY탕 회장에 버금간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 재무팀에?19년을 재직한 후 2000년 UBS캐피탈의 한국 대표로 이직했다. 회사로부터 펜실베니아 경영대학원(와튼스쿨) MBA를 지원받은 데다 삼성전자 북미법인 재무팀에서 약 10년간 근무한 ‘국제통’으로 당시 임원 1순위 후보로 거론됐었다. “국내 기업 M&A의 성장 가능성과 성취감에 이끌려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떠났다”는 게 박 회장의 회고다.

로엔 투자의 성공 비결을 따져보면 박 회장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잘 아는 분야의 투자를 우선한다. 로엔의 사업 영역은 정보·기술(IT)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에 걸쳐있다. 이런 사업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 등으로 사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 PEF들이 기피하는 분야다. 어피너티는 다른 펀드와 달리 로엔의 유통업 속성을 중시했다. 로엔 매출의 80%는 멜론으로 대표되는 음원 유통 사업. 유통 사업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은 오비맥주와 하이마트를 경영하면서 축적한 어피너티의 특기였다.

박 회장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데 유연한 사고를 갖고 있다. 로엔을 인수하면서 기존 SK텔레콤 출신의 신원수 대표를 유임시켰다. 2005년 하이마트 경영권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인수 후 재매각을 완료할 때 까지 기존 CEO(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와 동행했다. 대부분의 글로벌 PEF들이 인수 후 CEO를 교체하는 것과 대조된다. 반면 필요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경영진을 교체한다. 오비맥주를 경영하던 2012년 당시 시장 1위 탈환이라는 공을 세웠던 이호림 사장을 경질하고 고졸 출신의 장인수 사장을 새로 선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 기업 계열사들의 복잡한 의사 결정 시스템을 단순화시켜 기업 조직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기업인 출신이 가질 수 있는 경영 노하우다. SK그룹 계열사 시절 로엔은 신사업 진출이나 소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하려 해도 그룹 수뇌부 및 다른 계열사와 협의를 거쳐야 했다. 2009년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곧바로 단행한 작업도 세계적인 주류기업인 인베브 시절의 복잡한 의사 결정시스템을 단순화시킨 것이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한 점은 국내외 주주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상훈 한국 대표(파트너)가 이끄는 어피너티 실무진들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 킹콩엔터테인먼트 등 연예 기획사들을 잇따라 인수했다. 로엔을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연계 기획사로 키운다는 게 어피너티의 주요 투자 전략이었다. 이들 연예 기획사들은 수익 창출 능력에 비해 주가 수준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 에스엠과 와이지의 주가수익비율(PEF)이 각각 145배와 31배에 거래될 정도다. 로엔의 주가가 크게 뛴 배경도 이런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재조명을 받은 탓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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