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 파탄' 선언한 한노총] 노사정 대타협 '예고된 파국'…33억 세금이 아깝다

입력 2016-01-11 18:15
한노총, 19일 최종 결론

2대 지침 백지화, 파견·기간제법 철회 요구
협상 여지 남겼지만 정부가 수용 힘든 조건
4개월 전 '합의 위한 합의'…노동개혁 기로


[ 백승현 기자 ]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결국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을 했다. 지난해 9월15일 대타협 선언 이후 4개월 만이다.

한국노총은 11일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에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고 “정부가 5대 노동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추진하고 있고, 지난달 30일 2대 지침을 발표함으로써 9·15 합의를 파기했다”며 “대타협이 ‘파탄’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노사정위 탈퇴나 향후 투쟁은 김동만 위원장이 전권을 위임받아 오는 19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 복원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정부가 발표한 2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시한을 정하지 않고 협의해야 하며 5대 노동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기간제법) 중 합의되지 않은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노총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사·정 대타협은 폐기된 셈이다. 시민석 고용노동부 대변인은 “2대 지침을 백지화하고 파견·기간제법을 철회하라는 한국노총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대타협 파기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한국노총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한국노총이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대타협이 파기되면 한국노총이 최종 판을 깼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한국노총에서는 합의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정부를 압박해야 하는데 스스로 합의 파기의 원인 제공자가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불참 선언은 2013년 12월, 지난해 4월에 이어 현 정부 들어서만 세 번째다. 노사정위를 통해 문제를 풀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노동계와 협상을 통해 보기좋은 모양새를 만들 욕심에 노·사·정 대화를 고집해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다.

노사정위는 지난해 4월 한국노총의 일방적 결렬 선언으로 4개월여간 개점휴업 상태로 있다가 9월 합의안을 내놨다. 포장은 ‘노·사·정 대타협’이었지만 발표와 동시에 ‘합의하기로 합의한 합의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합의문에는 핵심 사안마다 ‘常?협의’ 또는 ‘충분한 협의’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게다가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독자 추진은 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도 있었다. 애초 노사정위를 통한 실질적인 합의는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사·정 대화에 소요된 예산과 인력 낭비도 적지 않다. 노사정위는 2013년 12월 노·사·정이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한 이후 지난해 9월 대타협 선언 때까지 8개월여 동안 200회가 넘는 회의를 열었다.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특별위원회’ 회의만 24차례의 공식회의를 포함해 110차례가 열렸다.

24차례의 노동시장구조개선 특위에만 연인원 288명이 참석했고, 간사회의도 24차례 열렸다. 12차례 열린 전문가그룹 연석회의에는 240여명이 참석했고, 그 밖에 노·사·정 대표자회의와 비공식회의를 감안하면 노사정위 노동개혁 논의에만 700여명이 매달렸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회의에 참석하면 과장 등이 동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동원된 인원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개혁과 관련해 운영하고 있는 산업안전혁신위원회, 청년고용협의회 등 회의체까지 감안하면 참가 인원은 1000명을 훨씬 넘는다. 노사정위의 지난해 예산은 33억원이었다.

노·정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19일 김동만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구체적인 투쟁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대규모 집회와 시위, 4·13 총선 여당 후보 낙선운동 등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의 연대 강화?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양대 노총 제조·공공부문 6개 산별 조직은 지난달부터 노동5법 입법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을 벌이는 등 연대를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서울 대전 광주 부산 등 13개 지역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연 데 이어 오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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