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도박' 이후] 잠자는 백두산, 핵실험에 '흔들'…화산 폭발 '재앙' 한반도 덮치나

입력 2016-01-07 18:38
한중 학자들 '분화 촉발' 경고

핵실험한 풍계리, 백두산 마그마방과 130㎞ 거리
"지진 규모 커지면 화산 분화 촉발할 수 있다" 분석
북동풍 불어 화산재 쌓이면 남한 11조 이상 피해 예측


[ 박근태 기자 ]
북한이 지난 6일 단행한 수소탄 실험이 백두산 화산 분화를 촉발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망에 따르면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의 뤼차오(呂超) 연구원은 북한의 핵실험이 휴면 중인 백두산의 화산폭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7일 “지진파 분석 결과 북한 핵실험으로 발생한 지진 규모가 커지면 백두산 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과학계에 따르면 백두산 천지를 중심으로 지하에는 지하 2~3㎞ 지점부터 지하 35㎞ 지점까지 4~5개 마그마 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간에는 고온 고압에서 바위가 녹아있는 상태인 마그마가 들어차 있다. 마그마가 분출하는 화산활동이 일어나려면 이 공간에 마그마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공기 방울들이 생기면서 지표면 쪽으로 상승해야 한다. 마그마 방에 마그마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는 작은 압력으로도 마그마 분출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 교수는 “백두산 마그마 위치와 북한 핵실험이 일어난 함경북도 풍계리 위치는 13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에 마그마가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압력을 가하면 화산 분화를 촉진하는 ‘트리거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선 지진 규모가 1, 2차 때보다 작은 4.8을 기록했지만 앞으로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위해 더 큰 규모의 실험을 감행하면 화산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각에선 핵실험과 화산 분출 간에 관계가 없다는 견해도 있다. 1971년 미국이 태평양의 알류샨열도에서 시행한 핵실험 직후 인근 화산 분출 여부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면 마그마나 지각에 있던 헬륨가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헬륨가스가 다량 관측됐지만 2차 실험에선 헬륨가스가 거의 포집되지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석 결과 1, 2차 핵실험에서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땅속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은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며 핵실험이 화산 분화를 촉발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백두산에서는 2002년부터 지진이 수백차례 일어나고 침강하던 백두산 천지 주변 산의 해발이 서서히 상승하고 온천수 온도도 최고 83도까지 올라가면서 화산활동이 활성화하는 조짐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백두遠?폭발하면 동북아시아는 대재앙을 맞게 된다. 지난해 국민안전처 의뢰로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연구팀이 조사한 ‘화산 재해 피해 예측 기술 개발’ 용역 결과 화산폭발지수(VEI) 8단계 중 7단계로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고 북동풍이 불 경우 남한 전역에 화산재가 쌓여 최대 11조19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 기록에 따르면 백두산 폭발은 고려말인 1373년 이후 연이어 나타났다. 일부 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발해 멸망 요인 중 하나가 백두산 화산 폭발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