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부터 대학까지…국고보조금 65억원 털렸다

입력 2016-01-07 18:20
국세청 조회 한번 안해보고 '가짜 서류'만 보고 승인

세금계산서 위조해 허위 청구…공무원들 확인도 않고 돈 줘
경찰, 업체대표 등 31명 적발

대학 교수들도 허위 서류로 연구 보조금 타내 '펑펑'


[ 박상용 기자 ] 세금계산서 등 기본적인 서류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공무원과 대학 교직원들 때문에 65억9500만원에 이르는 국고 보조금이 사기꾼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물론 연세대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이 허술한 보조금 관리로 사기꾼에게 뚫린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지출 내역을 부풀리거나 가짜로 만들어 공공 행사비를 타낸 혐의 등으로 행사대행업체 대표 오모씨(55) 등 5개 행사대행사 관계자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서울 북부지방검찰청도 소속 대학 산학협력단을 통해 연구개발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광운대 교수인 나모씨(54)를 구속하고 다른 대학교수 8명을 기소했다.

대상은 달랐지만 이들 모두 각종 서류를 위조해 보조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수법은 같았다. 우선 오씨 등 행사대행사 관계자들은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부대행사’ 등 46개 정부 기관과 산하단체가 발주한 72개 공공사업을 대행하고 약 106억86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집행한 예산은 63억6100만원이었다. 43억2500만원을 착복한 것이다. 이들은 세금 계산서와 입금 확인증을 포토샵으로 위조해 허위 비용 청구서를 제출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뜯어냈다.

대학 교수들도 허위 거래명세서나 연구비 지급신청서를 소속 대학 산학협력단에 제출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나씨는 연구와 관련 없는 물품 11억7000만원어치를 사고 현금 4억원을 개인 용도로 빼돌렸다. 다른 교수들도 빼돌린 돈으로 자녀 노트북, 게임기 등 개인물품을 사고 골프장 이용 요금을 결제하기도 했다.

검·경은 일선 공무원과 교직원의 허술한 보조금 관리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국세청 홈택스 시스템에 접속해 조회 시 허위 세금계산서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2011년 제3자조회 제도가 도입됐지만 대부분 공무원이 이 기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2년 9월 감 사에서 제3자조회를 통해 행사대행업체들의 허위 청구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산학협력단 직원들은 교수들이 제출한 서류대로 물품을 구입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검수 과정 없이 서류를 처리해 외부 회계 감사에서도 국고 보조금 부정 수급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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