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더 떨어진 상태서 만기땐 원금 40~70% 날리게 돼
[ 송형석 기자 ]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두바이유 기준) 밑으로 추락하면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DLS 중 9000억원어치 이상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유가가 현재 수준에 머물거나 더 떨어진 상태에서 DLS의 만기가 돌아오면 원금의 40~70%를 날리게 된다는 의미다.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일 현재 원금 손실구간 밑으로 떨어진 공모형 원유 DLS는 4397종, 투자된 금액은 9051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원유 DLS(1조1236억원)의 80.55%에 해당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모 상품을 합하면 손실구간에 들어간 물량은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유 DLS는 계약 후 3년이 지난 만기 시점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손실구간(판매 시점 대비 40~60% 이하)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야만 원리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단 한 번이라도 기준선 밑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유가가 하락한 폭만큼 원금을 떼이는 것으로 계약 조건이 바뀐다. 최근 만기를 맞은 DLS의 손실률은 60~70% 수준이다. 2013년 1월4일 발행된 KDB대우증권 DLS 998호는 지난 5일 손실률 67.24%로 만기 상환됐다. 1000만원을 투자해 327만6000원만 되돌려받았다는 의미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던 3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손실률을 산정하다 보니, 원금의 3분의 2 이상이 날아갔다는 설명이다.
아직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원유 DLS 투자자들도 유가 하락 공포에 떨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지면 서부텍사스원유(WTI)를 기초로 발행된 상품 219억원, 브렌트유와 연계한 상품 121억원 등 340억원어치가 손실구간에 새로 들어간다.
투자자들은 향후 유가를 예측해 환매 또는 보유를 결정해야 한다. 환매하면 현재 시점의 손실이 그대로 확정되는 데다 각종 수수료 부담까지 져야 한다. 대신 추가 하락에 따른 손실은 줄일 수 있다.
유가가 반등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한 DLS도 3년 만기 시점의 상환조건(대체로 최초 계약 시점 가격의 80~85%)을 충족하면 원금과 함께 사전에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가가 80달러인 시점에 DLS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64~68달러 수준까지 유가가 올랐을 때 기사회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DLS(파생결합증권)
derivative linked securities. 원자재 가격, 금리, 신용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를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