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너진 한반도 비핵화…북핵·동북아 외교 전면 수정해야

입력 2016-01-07 17:37
수정 2016-01-08 05:35
중국의 북한 제어능력에 대한 의구심 커졌다
일본의 재무장론 더는 막지 못하게 된 상황
드레스덴 선언 자동 폐기…개성공단도 재고해야
남쪽만 비핵화…독자 핵개발 가능성 열어놔야
사태 축소에만 급급해왔던 정부 태도에도 문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한국 외교의 대원칙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결국 남쪽만의 비핵화가 되고 말았다. 북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게다가 중국은 북핵은 물론 김정은을 제어할 능력이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이 자위권 차원에서 재무장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전쟁국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소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선언’ 등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전략은 이제 의미가 없다. 중대한 국면 전환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이유다.

親中외교, 헛물만 켜고 말았다

외교안보 정책은 근본에서부터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그 핵심은 대중(對中)외교의 전면적인 재점검일 수밖에 없다. 중국경사론이라는 비판까지 들을 정도였던 친중(親中)외교였건만 북의 4차 핵실험을 막지 못한 게 엄연한 사실이다. 실패다. 중국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薩뮈?북핵을 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사실만 명확히 확인했을 뿐이다. 일족(一族) 독재의 북한 정권을 수십년간 후견해온 중국은 기껏 외교적 수사의 수위나 조절하는 정도로 모호한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북이 벼랑 끝 핵실험에 나선 것은 이런 중국의 태도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의 대북 핵저지 의지 자체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 외교의 기본이요 중추였던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던 친중 외교 문제는 통제불능의 북핵 사태만도 아니었다. 한·중 FTA 체결에 집중한 것이 미국과 일본 중심의 견고한 태평양 경제안보 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배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 6차례의 한·중 정상회담과 FTA 체결,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회원국 가입 등 친중 외교 결과는 한·미·일 3각 안보체제의 해이와 균열이었을 뿐이다.

물론 겉으로는 중국도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그렇지만 소위 혈맹이라는 중국과 북한 관계는 외형적 모습이나 외교적 언어만으로 전모를 판단할 수 없다. 북이 이번에는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판에 중국은 또다시 몇 마디 비판 성명이나 도식적인 대북제재론에 동참하는 정도로 유야무야 넘어갈지 모른다.

대일외교 강화해 한·미·일 안보동맹 재구축해야

대일 외교에도 일대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눈앞의 실제적 위협으로 부각된 북핵 앞에서 한·일 공히 위안부 협상과 같은 과거사에만 계속 매달릴 상황이 아니다.

북의 핵 도발은 일본에도 가공할 위昰?아닐 수 없다. 북의 이번 핵실험에 일본 정부가 한국보다 먼저 대책회의를 열고 항공자위대는 2분 단위로 대기 방사능물질 검출 조사에 나서는 등 준(準)전시 반응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종국에는 일본에서도 핵무장론이 힘을 받게 될 게 분명하다. 소위 집단자위권 행사를 향한 일본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아베 정부의 안보입법 제정에 대해 한국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의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북의 핵도발 수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자위권 발동에 대해 어느 나라라도 간섭하기가 어렵게 돼버렸다. 일본이 보통 국가의 길로 나아가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력 안보를 하겠다는 논리에 김정은 정권이 힘을 보태준 꼴이다. 이런 현실을 우리도 인정하고 21세기형 안보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 한·일 관계가 지역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함께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공유 외교’로 간다면 한·미·일 3각 안보체제의 복원 내지는 재구축으로 북핵을 억제하는 동북아 구도를 갖출 수 있다.

대북전략 실패…국제공조 주도할 각오 있어야

북은 이번 실험으로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북이 성명을 통해 주장한 그대로다. 북의 핵포기를 전제로 한 이제까지의 대북 전략은 실패로 판명되고 말았다. 대북 강경과 유화 어느 한쪽으로의 편향성을 배제하고 남북 간 대화·협력을 통한 신뢰 형성을 지향한다는 소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나,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등으로 평화통일을 목표로 한다는 드레스덴 선언이 모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북전략 전면 수정은 불가피하다.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에 대해 중대 제재 추가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이란처럼 북한과 정상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과 금융회사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에다, 쿠바식 봉쇄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개성공단도 재고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을 유지한 채 중국에 대북거래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제공조를 주도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정보당국과 군의 대응도 문제가 있다. 북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실패했다” “기술이 부족했다”는 등으로 의미를 축소해왔지만 북의 핵 능력은 그때마다 한 단계씩 발전해왔다. 이번 북의 핵실험이 수소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이라고 해도 달라질 게 없다. 군과 정보당국은 기상청 지진발표를 듣고서야 핵실험 사실을 알았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도 핵 억제력 키울 길 터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 정부 간에는 북핵 억제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군의 전략자원 재반입, 전술핵 재배치, 사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의 핵잠수함, B-52 장거리폭격기,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이 들어올 것이란 말도 들린다.

차제에 우리 스스로의 핵 억제력을 키울 수 있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공염불이 돼 남쪽만의 비핵화가 되고 만 상황이다. 일본이 재무장에 나서더라도 막기가 어렵게 됐다. 핵 개발은커녕 미사일 사거리까지 제한받는 현실에선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반도 이?갖춰져 있다. 미국을 설득하고 일본의 측면 지원도 요구해서 독자적으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핵은 재래식 무기를 완전히 무력화시킴으로써 오로지 핵으로써만 억제가 가능한 비대칭 전력이다. 앞으로 북핵에 대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차원과 발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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