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 "어라 또?" 증시 덤덤했지만…"코리아 디스카운트 부채질" 우려도

입력 2016-01-06 18:01
'북한리스크는 일회성' 학습효과로 버텨

추가 도발 땐 시장 크게 흔들릴 수도

방산주 급등…경협주는 나란히 급락


[ 김동욱/김우섭/하헌형 기자 ] “어라 또 (북한이 핵실험을) 했어. 시장 분위기도 좋지 않은데….”

6일 오전 11시께.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미간을 찡그렸다. 가뜩이나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북한 수소폭탄 실험’ 관련 긴급뉴스가 전해진 뒤 출렁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시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11시46분께 1911.61까지 20포인트 가까이 밀린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증시가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북한이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 남북관계 경색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 등에 비춰볼 때 잠재성 악재로서의 휘발성은 더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학습효과’가 일단 누른 불안

이날 주식시장은 북한 리스크가 고조됐음에도 일단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5.10포인트(0.26%) 하락한 1925.43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恙【?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전일(1897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1095억원어치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3.20포인트(0.47%) 상승한 687.27을 기록했다. 작년 12월3일(690.77) 이후 한 달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이날 증시가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은 과거 북한 리스크의 증시 영향력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학습효과’가 발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이 모두 일회성 악재로 끝났던 경험이 축적된 까닭에 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시장은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냉각을 가져올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연평도에 포격을 하고 천안함이 폭침되는 등 직접적인 도발이 일어났을 때도 시장에 큰 충격이 없었다”며 “내국인이나 외국인이나 북한 리스크에 상당히 둔감한 상태”라고 평했다.

채권시장도 큰 변화가 없었다. 3년 국채 선물 금리는 연 1.639%로 전일보다 0.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거래량이나 매매 주체에 큰 변화도 없었다. 다만 북한 리스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종목들은 등락폭이 컸다. 빅텍(25.80%) 스페코(16.46%) 포메탈(5.11%) LIG넥스원(4.37%) 퍼스텍(2.89%) 등 방산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태평양물산(-7.86%) 재영솔루텍(-7.22%) 로만손(-3.58%) 등 남북경협주들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잠재우지 못한 ‘불확실성’

이날 시장은 북한의 도발을 ‘일회성 사건’으로 치부해 큰 ‘쇼크’ 없이 넘겼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한 정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한국 증시의 ‘맷집’을 자신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것.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 리스크와 관련해 경험이 많이 축적된 덕에 시장이 요동치지 않았지만 과거와 다른 패턴으로 북한이 나설 경우에도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북한이 짧은 기간 내 추가 핵실험을 연달아 한다든지, 아니면 한국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높인다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가 국제사회에서 큰 분쟁으로 치달을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도발이 터진 것은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며 “경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김우섭/하헌형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