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정은] 신년사 핵 언급 안해…국제사회 속았다

입력 2016-01-06 17:49
예고 없이 '수소폭탄 도발'

핵실험 직전까지 '깜깜'
또 허 찔린 정보당국


[ 최승욱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가적 목표로 내세우던 ‘핵무력· 경제건설 병진노선’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어 주목받았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의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2014년 신년사에선 “2013년이 병진노선을 만든 자랑찬 해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식이)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쏴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으로…”라고 언급했을 뿐 핵실험 예고 등과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분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이런 예상과 달리 김정은은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군당국은 허를 찔렸음을 시인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의 핵실험 패턴과 달라 핵실험 직전까지도 북한의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미 군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굴착공사, 가림막 설치, 차량 이동 등 북한 핵실험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수십여 가지 관찰물을 주시해왔다. 주요 핵시설은 군사위성 등 한·미 연합의 정찰·감시자산을 동원해 감시 중이다.

조보근 전 합참 정보본부장은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핵실험은 최소 한 달 전,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1주일 전이면 징후 파악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현실은 이와 달랐다.

군 관계자는 “핵실험 징후를 파악하기 위해 감시하던 기존 풍계리 1, 2, 3갱도 시설에서 탐지장비 전선 연결, 동굴 되메우기 등 핵실험 임박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북한은 이번 핵실험을 철저히 은밀하게, 노출하지 않겠다는 목표 아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유일지배체제 국가로 생존하려면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사전에 알려 주변국의 압력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비밀리에 강행하는 것이 전술적으로 이득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