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뜬금없이 선거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논란이다.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상이 꽉 막히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절충카드로 야당이 주장해온 ‘만 18세 투표권’을 제안한 게 계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술 더 떠 오는 4월 총선부터 시행하면 선거구와 경제활성화법안 등의 연계처리를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만 18세인 64만여명이 투표에 가세하면 야당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총선은 절대 불가”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일각에선 답답한 법안 처리의 물꼬를 틀까 솔깃해하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
선거연령은 OECD 회원국 대부분이 만 18세이고, 일본도 올해 7월부터 18세 이상에게 투표권을 준다. 청소년이 조숙해지고 지식 습득도 빨라진 영향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과제다. 하지만 여야의 논의수준을 보면 정치인의 뇌 속에는 오로지 선거와 표밖에 없는 것 같다. 총선을 석 달 앞두고 불쑥 만 18세 투표권 이슈를 끄집어내 선거 득실의 주판알을 튕기는 것부터가 그렇다. 정치·사회·교육 면에서 폭넓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전혀 별개의 법안들과 엮겠다는 국회다. 파행이 아니면 졸속이 국회의 본능인 것 같다. 게다가 만 18세면 대개 대입을 앞둔 고3 수험생이다. 수능일엔 관공서 출근시간을 늦추고 비행기 운항도 미루는 나라인데 기어이 고3 교실까지 정치판으로 바꿔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인가.
이런 행태를 볼 때마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여야는 그동안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낮추고 재외동포, 외국인 귀화자 등에게도 투표권을 줬다. 하지만 선거인구를 확대한다고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는 책임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전제돼야만 한다. 선거권 역시 국가운영에 대해 책임감을 가진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 감성적 슬로건에 포획되기 쉬운 어린 세대나, 나라를 떠난 동포에게까지 투표권을 주는 게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18세 선거권 흥정은 구경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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