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대구 민심…새누리 '새판짜기' 돌입
"비전 없고 그 정도 인물이라면 현역이 낫다" 싸늘
김문수 '수도권 차출'…수성갑에 정종섭 '투입설'
[ 오경묵/이정호 기자 ]
새누리당 텃밭으로 ‘공천=당선’ 공식이 적용됐던 대구가 여야 거물 간 맞대결 및 현역 물갈이론과 맞물려 4·13 총선의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 빅매치가 시작된 수성갑에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지율이 새누리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지사 지지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오자 여당은 비상이 걸렸다. 친박근혜계 후보를 앞세운 현역 물갈이 시도에 대해서도 지역 민심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된 수성갑 지역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10~20%포인트 이상 앞섰다. 여당 선거전략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밝힌 수성구 신매동 주민 황치모 씨(51)는 “새누리당이 지식층뿐만 아니라 바닥 민심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에서 희망을 갖고 살게 하겠다는 비전도 없고 유권자들에게 파고드는 전략도 야당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동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현역 물갈이론도 역풍을 맞고 있다.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박민호 씨(50)는 “소위 친박이라는 사람들이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인지도도 낮고 대구의 미래를 맡길 만큼의 중량급 인물도 아니다”며 “기회만 찾아서 노리는 사람들로 비쳐져 식상하다”고 말했다. 달서구 주민인 주부 김미경 씨(40)도 “(친박 후보들이) 그 정도 인물이라면 차라리 현역 의원을 밀어주는 게 낫겠다”며 “대통령을 뒷받침할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을 잘 활용해 지역과 경제를 살릴 후보가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했다.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이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TK 전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 배치를 전면 재조정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대구 지역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의외로 현역 의원들의 지지율이 낮게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김문수 후보에 대해선 “수도권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도권 차출론까지 제기했다. 동갑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김 후보 대신 수성갑에 투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의 대구 출마 의지는 아직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내 대구 지역구 새판 짜기도 진행되고 있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보를 중량감 있는 후보로 교체하는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사진)이 대표적이다. 출마설이 나왔던 추 실장은 청와대와 친박계 권유로 최근 고향인 달성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달성 출마가 거론되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중·남으로 옮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대구=오경묵/이정호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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