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만호 대한결핵협회 신임 회장
발병·사망률 OECD 1위
'치료 쉽다'는 선입견 뿌리깊어
공공의료 지속 관리도 손놓아
[ 이미아 기자 ]
“결핵은 너무 무심히 잊힌 병입니다. ‘감기처럼 치료가 쉽다’는 선입견이 깊이 뿌리박혀 있죠. 하지만 여전히 매년 2000명 넘게 이 병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결핵에 대한 인식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경만호 대한결핵협회 신임 회장(63·사진)은 최근 서울 우면동 대한결핵협회 사무실에서 만나 “업무 인수인계에 한창이라 정신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회장 출신인 그는 지난 1일부터 3년 임기의 결핵협회 회장직 업무를 시작했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의사협회와 성격이 많이 다르니까요. 의사협회의 주 업무는 의료시스템 개선과 의사 권익 보호고, 결핵협회의 임무는 결핵 예방 캠페인과 환자 치료 봉사활동이죠. ‘스스로를 좀 더 내려놓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에서 정형외과 분야를 전공한 경 회장은 서울시 의사회와 대한적십자사, 대한의사협회 등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여러 단체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한국의 의료 분야는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더 규제가 심한 게 현실”이라며 “의료 시스템을 바꾸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체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고 전했다.
결핵협회 신임 회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홍보 강화를 통한 결핵협회의 위상 제고다. 경 회장은 “2014년 국내에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환자가 2300여명에 달했다”며 “노숙자와 빈곤층 노인, 아동 등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에 결핵은 지금도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또 “결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결핵협회 내에 있는 결핵연구원의 규모를 키워 개발도상국 의료진에게 결핵 치료법을 전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경 회장은 “한국의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며 “결핵이 이른바 ‘후진국병’으로 꼽히는 병인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핵은 공공의료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데 현재는 사실상 정부에서 손을 놓아 버린 상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결핵 완치를 위해선 치료제를 6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요. 피부질환이나 시력 저하, 간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 때문에 치료제 복용을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이 발병할 우려가 커지죠. 결핵은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닙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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