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정인기 풀잎채 대표, 두부 기계 만들다 두부요리 전문점…한식뷔페 시장 개척

입력 2016-01-05 17:44
도전 이순간

단골 순두부집 폐업 소식에 "두부 기계 만들어보자" 사표
외환위기 때 외식사업 전환…"세계에 한식 알리겠다" 포부


[ 강진규 기자 ] 1995년 어느 주말, 대학 졸업 후 한 기계설계 회사에 다니던 정인기 풀잎채 대표(55·사진)는 등산 차 서울 근교의 산을 찾았다가 단골 순두부집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사는 그런대로 되지만 두부 만드는 일이 힘들어 접기로 했다”는 게 식당 여주인의 말이었다.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정 대표는 두부 제조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당시 두부 제조는 생콩을 물에 불려 맷돌이나 기계에 넣어 간 뒤 가마솥에서 끓이고, 이를 다시 비지와 분리한 다음 간수를 넣어 응고시키는 복잡한 방식을 거쳤다. 그는 콩을 갈고 끓인 뒤 콩물과 비지가 분리되는 단계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직접 두부 기계 제조사를 차렸다.

갖고 있던 돈을 전부 투자해 두부제조 기계 50대를 제작한 정 대표는 유원지와 등산로 등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시작했다. 광릉수목원 인근 한 두부집에서 처음 판매에 성공했다. 정 대표는 “한 대에 350만원이라고 하니 가게 주인 할머니가 ‘하루 매출 정도밖에 안 되는구먼’이라는 말과 함께 기계를 샀다”며 “첫 판매의 기쁨 못지않게 하루 매출이 그렇게 높다는 말이 귀에 박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환위기로 기계회사가 어려워질 무렵인 1998년 정 대표는 두부집을 차리기로 했다. ‘두부마을과 돌솥밥’이라는 간판으로 두부요리 전문점을 시작했다. 기계로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등 ‘즉석 두부’라는 점을 앞세워 인기를 모았다. ‘IMF도 이겨낸 성공 기업’이라는 평을 들으며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시켰다.

이후 정 대표는 18년간 외식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5년 두부요리 전문점 ‘두란’을, 2007년에는 ‘풀잎채 한상’을, 2008년엔 ‘풀잎채 두부사랑’을 선보였다.

그러다 2013년 한식뷔페 ‘풀잎채’를 창업하고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두부 기계를 제작하기 위해 기계 설계회사를 그만둘 당시의 도전정신으로 한식뷔페라는 새로운 외식업태를 이뤄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풀잎채는 다양한 한식 메뉴를 1만원대에 맛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인기다. 백화점 쇼핑몰 등에 입점한 330~660㎡ 규모의 대형 매장만 30곳이 넘는다. 음식맛에 민감한 40~50대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풀잎채의 성공을 지켜본 신세계 CJ 이랜드 등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들이 잇따라 한식뷔페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20년간 쌓은 노하우로 돌파하고, 내년에는 해외시장에도 도전해 한식을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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