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줄 알았는데 드라마 특별판…관객 농락한 배급사의 '셜록' 홍보

입력 2016-01-04 18:33
메가박스 플러스엠, 홍보물에 드라마 관련 내용 안 알려 눈총


[ 선한결 기자 ]
“나만 영화를 이해 못 한 건가?”

직장인 지상우 씨(31)는 지난 2일 영화 ‘셜록:유령신부’를 본 뒤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명탐정 셜록 홈즈가 나오는 추리 영화를 기대했으나 이야기 흐름이 중간부터 시작돼 내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다.

2일 개봉한 ‘셜록:유령신부’는 영국 BBC가 2010년부터 방영 중인 TV 드라마 ‘셜록’의 새해 특별편이다. 한국 영국 중국 일본 등에서 드라마 팬을 겨냥해 영화관에서 상영 중이다. 1일 영국 BBC1 채널에서 방송한 영상에 20분 분량의 제작진 및 배우 인터뷰를 더했다.

흥행 성적은 매우 좋은 편이다. 국내 개봉 첫날인 2일에만 관객 40만명을 모으며 당일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실시간 예매율은 32%를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히말라야’를 앞질렀다. 애초 650개 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높은 예매율 덕분에 상영관이 890개 관으로 늘었다.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 가장 많다.

예상외의 흥행 성적만큼 관객의 불만도 크다. 이 작품은 한 편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정식 극장판이 아니다. 이미 방영한 드라마 시즌3와 영국에서 올해 방영을 앞둔 시즌4를 연결하는 외전 내용을 담았다. 극의 중요 장면에는 드라마를 먼저 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대화가 나온다. 지씨는 “영화 보는 내내 마치 등장인물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기분이었다”며 “장년층 관객과 가족 관객 몇몇은 상영 중간에 극장을 나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관객이 몰리는 것은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TV 드라마의 특별편임을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나 팸플릿, 홍보 영상 등 어디를 봐도 드라마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같은 영화의 영국 중국 일본 홍보물과는 정반대다. 중국 포스터 상단에는 “BBC의 최고 영국 드라마가 스크린에 처음으로 올라온다”는 문구가, 일본 포스터에는 “세계가 열광하는 탐정드라마 걸작이 스크린에 올라온다”는 문구가 눈에 잘 띄게 적혀 있다.

배급사인 메가박스 플러스엠 측은 “영국에서 방영을 시작한 지 6년이 넘었고 워낙 유명한 드라마 시리즈여서 많은 사람이 드라마 특별편의 극장 개봉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홍보물에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언급하는 것은 사족이라고 판단해 뺐다”고 해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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