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지난해 하반기 공채 통과…은행원 된 '나만의 합격비결'

입력 2016-01-04 18:09
수정 2016-01-08 10:05
[ 공태윤 기자 ] 천생 은행원이었다. 반듯한 외모에 예의 바른 말투…. 하지만 이들은 나면서부터 은행원이 아니라 ‘은행원의 길’을 찾은 사람들이었다. 신동해 씨(기업은행)는 “독일 교환학생 시절 독일이 강대국이 된 이유는 중소기업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말에 이끌려 중소기업을 돕는 은행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김기윤 씨(KEB하나은행)는 “청소년 금융교육 봉사를 통해 은행원이 되는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하반기 공채를 통해 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의 신입사원이 된 5명을 만나 ‘나만의 합격비결’을 들었다.

필기·면접 예상문제·경제신문 스터디 적중

신동해 (기업은행)

신동해 씨를 만난 건 연수원에 들어가기 전날인 지난해 11월 마지막 날이었다. 신씨는 KEB하나은행에도 최종 합격했다. 하지만 신씨가 기업은행에 입사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기업은행 청년인턴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기업은행 청년인턴 13기로 8주 동안 근무하는 동안 본부장님의 퇴임식, 신입사원 입사와 자유로운 육아휴직 등을 보면서 내게 맞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 인턴이 되려면 “연구과제를 잘 준비해야 된다”는 팁도 알려줬다.

신씨가 말한 합격비결은 ‘든든한 기업은행 인턴 동기와의 스터디’였다. 인턴 기간 매주 2회 신문 읽기 스터디를 하면서 필기와 면접에 대비한 것이 적중했다는 설명이다. 논술문제 ‘G2리스크의 영향’과 약술 문제 ‘이자보상배율’은 스터디 때 함께 풀었던 문제였다. 신씨는 인턴 시절 신문을 직접 챙겨준 영업본부장께 감사도 잊지 않았다.

최종 면접에는 전무이사, 부행장 2명(경영지원본부장, 카드사업부), 인사부장, 인사팀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은행원의 덕목, 인턴생활 중 느낀 것, 한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신씨는 면접장 책상에 물, 노트, 펜이 놓여있어 지원자를 배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오전 시간 면접 응시생들은 인사팀과 함께 19층 직원식당에서 점심도 함께했다. 신씨는 “대학 시절 여행사 가이드를 통해 익힌 고객서비스 정신과 독일 교환학생, 하나은행 글로벌 원정대에서 배운 글로벌 마인드가 은행 입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앱 공모전 입상…산업공학도의 도전

이희정 (우리은행)

은행권에서 우대하는 정보기술(IT) 분야 전공도 아니다. 금융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공대 출신인 이희정 씨는 우리은행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비결이 뭘까. 이씨는 ‘도전’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했다. “모든 것이 도전이었습니다. 국토대장정 행군, 스마트폰 앱 코딩 공모전 참가도 도전이었죠. 도전을 통해 옆 사람을 배려하고, 화합하고 목표 달성의 의미도 배웠어요” 변지형 우리은행 인재개발부 과장은 “연수생 가운데 성실함과 적극성이 가장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이씨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했지만 일찌감치 전공과 다른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적십자사에서 주최하는 국토대장정, KT 모바일 퓨처리스트 등 대외활동을 통해 협업과 소통능력을 키워나갔다. 스마트폰 앱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기도 했다.

비전공자로서 부족한 금융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1년간 한국경제신문을 구독했다. 이씨의 신문 읽기는 종이신문 스크랩을 한 뒤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방식이었다.

최종 면접에서는 부행장 2명이 지원자 10명을 평가했다. 이씨는 우리은행 슬로건인 “퍼스트무버(우리나라 1등 은행), 영선반보(성공하려면 남보다 반걸음 앞서야 한다), 역진필기(힘을 다하면 반드시 성취한다)로 활동한 적이 있는가” “타은행 인턴활동 중 어떤 상품을 개발했는가”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은행권만 한우물…세곳서 동시 러브콜

김기윤 (KEB하나은행)

김기윤 씨는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세 곳에 최종 합격했다. 농협은행 5급은 필기시험을 통과했지만 면접 일정이 겹쳐 포기했다. 그는 최종적으로 KEB하나은행을 선택했다. 김씨는 “은행원이 되고 싶어 은행 이외에는 지원하지 않았고 떨어졌다면 또 지원했을 것”이라며 “3년차 이상 선배들이 가장 많이 추천한 은행이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학 시절 한국거래소 금융교육 봉사단 활동, 청소년금융교육 협의회 해외봉사활동 등을 통해 존중과 배려의 가치를 배웠다. KEB하나은행 인턴도 값진 경험이었다. 금융자격증은 없지만 대학 시절 내내 경제신문을 꾸준히 본 덕에 100 대 1의 경쟁률을 쉽게 뚫을 수 있었다.

2013년부터 1박2일 합숙면접을 도입한 KEB하나은행은 필기시험을 통과한 1500명을 대상으로 2주 동안 면접을 봤다. 면접은 △자소서 기반 행동사례 면접 △폴리아트 △PT △논술 △토론면접 등으로 진행됐다. 행동사례 면접은 과거 지원자의 경험을 물으면서 그 경험이 입사 후에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PT는 ‘은행원으로서 지점 마케팅 전략’에 대한 20쪽 분량의 사례 문제를 통해 지원자 스스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고, 논술시험은 단순한 지식보다는 인문학에 대한 폭넓은 사고를 지닌 사람인지를 보려는 문제가 출제됐다. 김씨는 “KEB하나은행은 다양한 고객과 함께 대화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스유니버시티 출신…'문송합니다' 는 없다

김소영 (국민은행)

‘문송합니다’란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어문학과 출신들의 취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어중문과 출신의 김소영 씨는 국민은행 신입사원이 됐다. 김씨는 “미스유니버시티 대회 참가, 인사동 중국 관광객 통역 봉사, 네이버 영·중 번역기 개발 참여 등의 다양한 경험을 은행업무와 연관지어 자소서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취업 컨설팅을 받은 듯 자신의 경험과 은행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연관해 풀어냈다. 김씨는 국민은행이 신입행원 연수원 입소자 모두에게 제공한 겨울철 외투와 바지, 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나왔다.

김씨는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2년간 신문을 꾸준히 구독한 것이 필기와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경제신문의 은행 관련 용어를 별도로 정리하기도 했다. 신문을 볼 때는 기사를 스스로 분석하고 자신의 견해를 써보는 습관으로 정보 추출력, 글쓰기 능력을 기르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과 달리 반나절 면접을 실시했다. 1차는 자소서 기반 행동사례면접과 세일즈·토론 면접이었다. 세일즈면접에서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다고 하면 얼마를 대출해 줄 것인가”와 같은 의외의 질문이 나왔다.

토론면접에선 임금피크제가 주제였다.

김씨는 “꾸준히 신문을 구독하면서 경제상식을 쌓고 다양한 대인관계로 소통 능력을 넓힌 것이 은행원의 역량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에타이 국가대표…'발차기'로 면접 뚫어

서용빈 (농협은행)

농협은행 5급에 합격한 서용빈 씨의 이력은 특이했다. 마이스터고를 다니며 무에타이를 배워 한국 대표가 됐다.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경상대 도시공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엔 주특기인 무에타이 능력을 살려 호주에서 강사생활을 하기도 했다. 연봉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정도로 ‘달콤한 강사생활’이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농협은행 면접에서 ‘무에타이와 은행원의 공통점이 뭐냐’는 질문에 서씨는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날마다 스케줄을 짜는 것이 습관화됐는데 영업이 중요한 은행원이 돼서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나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오늘 100번의 발차기를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야 다음 날엔 101번, 그다음 날은 102번 발차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권 취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로 △운동을 통해 체득한 ‘할 수 있다’는 신념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과 절제 △무에타이 챔피언으로의 성공경험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매일 30분 이상 BBC방송을 시청하면서 글로벌 경제이슈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부족한 경제 지식을 위해 경제 서적과 신문을 닥치는 대로 읽고 정리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농협은행 지원자들에게 “농협은행의 가치, 역사 등 특징을 미리 파악해두면 면접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해외 뉴스사이트를 통해 국내외 경제 트렌드를 익혀두면 차별화된 답변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