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신년 인사회
박 대통령 "화합하면 못할 일 없어…정치가 국민 위한 일 앞장서야"
청년 일자리 강조하며 개혁 호소
정의화 "화합이 정치의 으뜸"…'핵심법안 직권상정 불가' 시사
야당 지도부는 모두 불참
[ 장진모/박종필 기자 ]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인사말의 핵심은 청년 일자리와 정치권의 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라는 말을 세 번 했다. 그러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주범’이 정치권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새해에는 국민의 삶을 돌보는 참된 정치를 실천에 옮겨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개혁 촉구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새해에도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이 만만치 않다며 세계 경제의 침체 지속, 신흥국의 경제 둔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청년 일자리 부족, 기업 경쟁력 약화 등 내부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 역시 잠시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가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과거로 돌아가 국가적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앞에 놓인 경제개혁과 국가혁신의 과제들은 우리 미래가 달려 있는 일이고 후손을 위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지 못하면 경제활력의 불꽃이 일어나지 못하고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와 30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또 “옛말에 ‘정신을 집중해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마음과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없다”며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배사를 한 정의화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추구하고 있는 4대 개혁은 물론이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화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식위정수(食爲政首)’라고 했는데 그 식(食)이 지금으로 보면 경제가 아닌가 싶다”며 “경제가 정치 머리에 있기는 하지만 그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 돼야 한다. 그래서 ‘화위정수(和爲政首)’가 올해 제가 생각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먹고사는 것이 정치의 으뜸’이라는 정약용 선생의 식위정수에서 ‘식’을 ‘화’로 바꿔 ‘화합이야말로 정치의 으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정 의장의 화합 발언은 청와대가 요구하고 있는 핵심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정 의장은 신년인사회에서 이병기 대통령 실장을 만나 경제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 의장은 ‘새해에는 신바람나게 발로 뛰자’는 뜻으로 ‘새신발’이라고 건배사를 외쳤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자신의 건배사 차례가 되자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선거의 해가 되니 자동으로 고개가 숙여진다”고 해 좌중에서 폭소가 터졌다.
◆더민주 지도부 불참
신년인사회에는 정 의장,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과 새누리당 김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경제 5단체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초청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더민주 측은 “국회 경색 등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의례적인 행사에 가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장진모/박종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