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매출 급감에 임금 동결…경영난 버텨준 것 고마워"
연차·업무평가 상관없이 월급여 1000% 주식 지급
현금 포함 1인당 5000만원
[ 김형호 기자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통 큰 보상’ 결정에 한미약품 임직원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크게 놀란 모습이다.
2800여명의 한미약품 그룹 임직원들이 받는 주식과 현금 보너스는 평균 약 5000만원으로 전례가 없는 규모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인센티브가 최대 연봉의 5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약품 임직원은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 셈이다.
임 회장이 근속연수나 업무평가와 상관없이 월급여의 1000%에 해당하는 주식을 모든 직원에게 일괄 지급하도록 지시한 것도 이채롭다.
◆임 회장의 ‘화끈한 결단’
임 회장은 4일 별도의 시무식 없이 전자메일을 통한 신년 인사말에서 주식 무상증여와 현금 보너스 지급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회사 자금이 아닌 1100억원에 달하는 개인 주식으로 임직원들의 노력을 보상키로 한 배경과 관련, 임 회장은 ‘마음의 빚’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어려울 때 임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준 덕분에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며 ‘마음의 빚’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한미약품은 급격한 영업 환경 변화, 약가 일괄 인하 등의 위기 상황을 힘겹게 헤쳐나왔고 영업적자, 월급 동결 상황 등을 인내해준 덕분에 연구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2010년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과 준 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된 뒤 의사 처방이 줄어 매출이 급감하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임 회장은 이런 가운데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오히려 늘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한미약품은 지난 10년간 연구개발에 약 9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날 임 회장의 신년 인사말에는 이 같은 소회가 담겨 있었다. 임 회장은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지금, 그 주역이었던 한미약품그룹 모든 임직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다. 지난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2000만주를 보유했던 임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약 2조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둬 제약업계 최고 주식 부호가 됐다.
이번 증여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6.2%에서 31.9%로 낮아졌다. 임 회장, 가족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증여 이후에도 63.5%에 달해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현장 챙기며 ‘글로벌 기업’ 지휘
임 회장은 지난해 일라이릴리 얀센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글로벌 제약사들과 약 8조원(초기 계약금 7500억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뒤 ‘나눔 경영’에도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이룬 2015년은 한미약품 역사에 매우 특별한 해로 그 성과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며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30억원을 기부했다. 오는 21일에는 기술수출 성과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공유하고 기술바이오벤처를 발굴하는 ‘제1회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새해 들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내외 영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임 회장은 이날 시무식 대신 천안에서 열린 전체 영업사원 대상 교육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도 무상 증여 계획을 밝히면서 “모든 임직원이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글로벌 회사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한미약품 고위 관계자는 “올해 국내에서 복합 신약이 연이어 출시되기 때문에 국내 영업도 기대할 만하다”며 “해외에 기술수출한 의약품들이 초대형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업하겠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