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총장 "대한민국 10년후 준비하는 서울대 돼야"

입력 2016-01-04 13:14
수정 2016-01-04 14:46
개교 70주년, 법인화 2기 맞은 새해
"2020년까지 세계20위권 대학으로"


[ 김봉구 기자 ] 성낙인 서울대 총장(사진)은 “새해는 서울대의 개교 70주년이자 국립대학 법인화 2기가 시작되는 의미 깊은 해”라고 소개하며 “이제 서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이어야 한다. 서울대와 서울대인은 대한민국의 10년 후, 20년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 총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이같이 강조하면서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대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2014년 31위로 20위권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작년엔 5계단 하락(36위)하며 주춤했다.

그는 “서울대는 겨레의 대학으로서 국민들에게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려야 한다. 그것이 지난 70년간 온 국민이 한결같이 서울대에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과 믿음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로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성 총장은 “새해부터는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연구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 주어진 연구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연구의 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안정적 연구 기반을 조성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 단위로 대학 운영성과목표를 설정하는 국립대학법인 체제 2기를 맞아 법인화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학 거버넌스(governance) 재정립 및 조직·규정·시스템 정비를 당면 과제로 꼽았다.

성 총장은 또 △소액기부 활성화 등 ‘선한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재원 확충 △평창·수원캠퍼스 및 시흥캠퍼스 부지 활용방안 수립 △국민통합·조정을 위한 학문적 기반 조성 △통일학 연구 메카 도약 △글로벌 시대 지구촌 가족 일원으로서의 인류애 실천 등도 다짐했다.

다음은 성 총장의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아껴주시는 국민 여러분!

병신년(丙申年)의 찬란한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한 해 서울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애써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과 보람이 가득한 한 해를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을미년(乙未年)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고, 청년 실업 문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었습니다. 대학들도 사회 수요에 맞는 인재 양성과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요구에 직면하여 대학의 존재와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던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는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대한민국호(號)가 대해(大海)를 향해 힘차게 나가는 데 일조(一助)해야 합니다.

올해는 서울대학교 개교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람이 70년을 산다는 것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 해서 고희(古稀)라고 부릅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대학들과 비교해 볼 때, 대학의 역사로서 70년은 결코 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난 70년간 서울대학교는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는 외국 대학들에 비해 재정적으로 열악한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교직원과 학생들의 형설지공(螢雪之功)으로 짧은 기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이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고 이런 성과는 온 국민의 기쁨이며 서울대학교 구성원 모두의 자랑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야합니다. 물론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경쟁상대는 세계 초일류 대학입니다. 이들은 우리보다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훨씬 더 좋은 인프라와 재정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겨레의 대학으로서 국민들에게 찬란한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드려야 합니다. 그것이 지난 70년간 온 국민이 한결 같이 서울대학교에 보내주신 뜨거운 성원과 믿음에 부응하는 길입니다. 이제 서울대학교가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의 희망이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우리는 더욱 정진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하루하루 일상적으로 주어진 난제(難題)와 씨름하고 聆?때, 우리 서울대학교와 서울대인은 대한민국의 10년 후, 20년 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를 통하여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새해부터는 미래세대를 이끌어갈 젊은 연구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합니다. 주어진 연구 상황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연구의 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감으로써 안정적인 연구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근래 한국사회에서는 국가적 통합과 화합보다는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서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 걸쳐서 야기되고 있는 갈등 상황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통합(國民統合)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역간·계층간 심화되고 있는 갈등을 치유하고 승화시키기 위해서 우리 서울대학교와 서울대인이 앞장서서 국민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통합과 조정을 위한 학문적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민족의 과업인 통일시대에 서울대학교는 통일학(統一學) 연구의 메카가 되어야 합니다. 그간 통일학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만 이제 통일학 연구를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제도적 기반을 새롭게 할 때가 되었습니다. 겨레의 대학인 서울대학교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을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통일 시대를 대비한 통일학 연구 못지않게 통일을 향한 인적·물적 교류에도 서울대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다함께 다짐하는 새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 가족의 일원으로서 서울대학교와 서울대인의 역할 또한 크게 증대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1955년 미국의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의학·행정학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고, 이제 대한민국은 그동안의 발전경험을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며 세계 고등교육 발전과 전 지구적 글로벌 리더십 형성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연말 네팔을 다녀왔습니다. 네팔을 비롯한 제3세계의 지구촌 가족들은 서울대학교의 지원에 매우 감사해하며 서울대학교의 보다 많은 역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곧 글로벌사회공헌단의 활동이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 서울대학교는 지구촌 사회와 더불어 함께하는 인류애를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세계를 선도하는 창조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연구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과 연구의 물적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내 유수의 사립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서울대학교 교직원들의 처우도 대폭 개선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는 법인화 이후에도 여전히 고등교육법상 국립학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학운영의 상당 부분을 정부예산에 편성된 국고출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직원 처우 개선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도 연구 및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복지제도를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하겠습니다.

미래 한국의 지도자가 될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학문적 토양을 조성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총장 취임 이후 대한민국의 동량(棟梁)이 될 ‘선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선한 인재 장학금’도 신설하였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의식주 걱정 없이 학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물적 토대의 구축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생활비 지원을 포함하는 ‘선한 인재 장학금’ 제도를 더욱 확대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배려도 강화하겠습니다.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발전기금에서 ‘선한 인재 이어달리기’ 모금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문들을 포함하여 서울대학교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성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예상을 훨씬 초과하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젊은 혈기가 캠퍼스에 울려 퍼질 때 서울대학교와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 올 것입니다. 그것은 곧 서울대학교에 주어진 소명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대표하여 다시 한 번 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해서 기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서 너무도 고마운 몇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1983년 아웅산에서 순국한 고 김재익 경제수석의 사모님이신 이순자 명예교수님과 고 김동휘 상공부 장관의 사모님이신 박정혜 여사님께서는 고인들의 사랑하는 후배들을 위하여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해 주셨습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애국애교(愛國愛校)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해 주신 분들입니다. 또한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으신 원로 법조인께서도 서울대의 발전을 기원하며 거액의 발전기금을 기탁해 주셨습니다. 지면과 시간 관계상 비?이 자리에서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지만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께서 서울대학교 사랑의 뜻을 함께 해주신 데 대하여 거듭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는 소액기부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과거에는 고액기부에 주로 의존하였다면, 이제부터 소액기부를 활성화시켜 보다 많은 분들이 학생들의 장학사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거액을 기부하는 독지가와 소액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함께할 때 서울대학교 발전의 토양은 더욱 굳건해 지리라 확신합니다.

온 국민의 열망과 서울대학교 교직원과 동문들의 지지를 받는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면서 소외된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시대적 소명을 다하는 참된 지성인으로서의 전범(典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 학생들의 어께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대생 여러분은 미래 한국의 등불입니다.

자랑스러운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2016년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에 매우 큰 의미가 있는 해입니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총장은 4년 단위로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 대학운영성과목표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2012년에 설정한 제1기 대학운영성과목표에 따라 운영한 법인화 1기는 작년에 종료되었고, 올해부터는 제2기 대학운영성과목표에 따라 운영되는 법인화 2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법인화 2기를 맞이하여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자 합니다. 법인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대학의 거버넌스를 재정립하고 조직과 첵뵀? 그리고 제반 규정들을 정비하는 것도 법인화 2기를 맞는 올해의 당면 과제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유사 이래 처음인 국립대학 법인화가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서울대법에 여러 가지 불비(不備)한 점도 없지 않았습니다. 학술림, 소장 문화재의 무상양여 등과 관련한 제도개선이 뒤따르지 않아 지난 4년간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특히 국립대학법인에 대한 비과세 조항이 빠져있어 작년에는 수원캠퍼스에 부과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하였고,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또한 서울대학교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시도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법인화를 통하여 서울대학교가 세계 초일류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던 법인화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서울대법 개정안을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관악과 연건 외에도 평창과 수원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시흥에는 캠퍼스 부지가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공간들이 서울대학교의 새로운 도약과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그 활용방안을 수립하는데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지난 연말 우리는 두 달에 걸친 감사원의 정기 감사를 받았습니다. 법인화 전후를 비교하여 서울대학교의 운영 전반을 살펴보는 감사였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서울대학교가 나름대로 모범적인 학사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우리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분들이 있었다면 상처 입지 않았기를 바라며, 감사 과정에서 밤낮으로 애쓰신 교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랑스러운 서울대 가족 여러분!

제가 총장에 취임하면서 우리 서울대학교의 미래상으로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대학! 세계와 함께 하는 대학!”을 제시했습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도 서울대학교의 이러한 미래상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을 이루는 뜻 깊은 한해 되기를 기원합니다. 서울대학교 가족과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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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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