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채산성 변수 '대전환기' 진입
핵심가치와 업종에 집중해야 생존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지나갔다. 그 어느 해보다 변화가 많았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유가 폭락, 테러, 중남미의 좌파에서 우파로의 회귀…. 2016년은 길었던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소망부터 가져본다.
올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라는 대전환의 실질적인 원년이다. 금리 인상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는 출구전략의 첫걸음이다. 연초부터 추가 인상폭이 관심사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 완화’를 기본 축으로 같은 길을 걸어왔다. ‘위대한 수렴(GC=great convergence)’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른 길을 걷는다. ECB는 추가로 금융을 완화하는 대신 Fed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위대한 발산(GD=great divergence)’이다.
Fed와 ECB를 중심으로 GD가 진행된다면 가장 주목되는 것이 유로화 가치가 과연 ‘1유로=1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등가수준은 유로화 출범 당시 11개 회원국과 미국과의 경제규모가 같다는 데서 설정됐던 출발선이다. 이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은 ‘하나의 유럽구상’이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추진해온 유럽통합의 실질적인 퇴보를 의미한다.
신흥국의 출구전략도 본격화한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외국자금이 많이 유입된 일부 ‘브릭스 국가’는 부도에 몰릴 수 있다. 미얀마·라오스 등 제2의 아세안,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는 자금 유입이 적었던 만큼 이탈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투자 관점에서 이들 국가는 유망지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원자재 시장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광물성, 비광물성 가릴 것 없이 1999년 이후 원자재 가격은 같은 운명(커플링)을 걸어왔다. ‘상승’과 ‘하락’으로 세분하면 2011년까지는 ‘슈퍼 업 사이클’, 2012년 이후에는 ‘슈퍼 다운 사이클’로 구별된다. 올해부터는 광물성은 ‘하락’, 비광물성은 ‘상승’ 국면으로 서로 다른 길(디커플링)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하락세가 지속될 광물성 원자재 가격에서 ‘파이널 드로(final draw)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도 최대 관심사다. 파이널 드로란 치열한 전투에서 뚫리면 곧바로 패전과 직결되는 최후 방어선으로, 재테크 시장에서는 ‘마지노선 붕괴’를 말한다.
금리, 환율, 원자재 가격 등 기업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채산성 변수가 대전환점을 맞는다면 산업분야도 동반 변화가 예상된다. 대전환기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운신할 수 있는 공급 면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전략을 통해 경쟁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되는 것은 대전환기에 나타나는 새로운 변화가 정착하지 못할 때다. 이 상황이 닥치면 기존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전환기에 기업은 다각적인 중장기 위협 요인에 직면해 있는 만큼 단편적인 위기 대응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를 위해 미래의 잠재적 위협 요인에 대응하고 기회요인을 발굴하는 등 선제적인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미래예측역량과 대비능력도 확보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각종 예측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가치와 업종에 집중해야 실용주의, 속도 경영이 가능해진다. 대전환기를 맞아 제시하는 수많은 전략 가운데 애플,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일수록 ‘격변의 시대…ABCD로 돌아가자’고 주문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BCD 주문에서 A란 ‘investment in Asia’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중심권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로 경영과 투자의 축을 이동하고, B는 ‘Bluechip investment’로 핵심국과 주도업에 주력하며, C는 ‘Cyclical investment’로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하고, D는 ‘Diversification of investment’로 경영과 투자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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