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때문에…기업구조조정촉진법·대부업법 새해 첫 날 효력 잃어
대기업 구조조정 수단 잃어
금융당국 4일 TF 구성…기촉법 준용한 협약 만들기로
연 34.9% 금리 제한도 없어져
등록 대부업체만 8천여곳…당국 현장점검에 한계
[ 김일규 기자 ] 대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위한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과 대부업 최고금리를 연 34.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이 새해 첫날인 1일 효력을 상실했다. 지난달 31일까지 유효했던 기촉법과 대부업법의 효력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서다.
당장 워크아웃 대상 대기업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또 법정 최고금리가 사라지면서 고금리에 따른 서민층 피해도 우려된다.
기업 구조조정 차질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지난달 기촉법을 2018년 6월까지 2년6개월 연장하고, 대부업 최고금리를 기존 연 34.9%에서 연 27.9%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에 합의했다. 여야는 그러나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서민금융생활지원법, 거래소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시장법 등 다른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촉법과 대부업법까지 처리하지 않았다.
기촉법이 실효됨에 따라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당장 10여개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수단을 잃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은 지난해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27개 대기업을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으로 분류했다. C등급을 받으면 자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 절차를 밟아야 한다. 27개 대기업 가운데 10여곳은 지난달 31일까지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75%(의결권 기준)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실행할 수 있는 워크아웃 대신 자율협약이라는 구조조정 수단도 있다. 자율협약은 그러나 채권단 100% 동의를 받아야 하는 데다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신속한 구조조정이 어렵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기촉법은 2005년 말에도 연장되지 않아 2006년 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실효된 적이 있었다. 당시 현대LCD, VK, 팬택 등 대기업들이 자율협약 무산으로 순차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막기 위해 오는 4일 은행 등 모든 금융업권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촉법을 준용한 ‘기업구조조정 운영협약’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촉법이 재입법될 때까지 이 협약을 통해 구조조정 업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협약 역시 강제성이 없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피해 가능성도
대부업법이 효력을 잃으면서 법정 최고금리도 사라졌다. 대부업법 적용을 받는 대부업체, 카드회사, 상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이 대출을 하면서 연 34.9%가 넘는 고금리를 받아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대부업체 등에 연 34.9%가 넘는 이자를 받지 않도록 지도했다. 아울러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체결된 대부계약에 대해선 기존 최고금리 한도(연 34.9%)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강력한 현장점검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등록 대부업체 수만 8762개(2015년 6월 기준)에 달해 금융당국의 지도 및 점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층이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루속히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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