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산업별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내놨다. 지난 10월부터 가동한 정부 내 협의체가 해운, 조선,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을 중심으로 집중 논의한 결과다. 하지만 분야에 따라서는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먼 지원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채권단과 업계가 제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석유화학 철강 조선 등은 그나마 방향성을 잡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석유화학은 사업여건이 악화된 TPA(테레프탈산) 생산설비 30% 감축, 철강은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합금철 생산설비 40% 감축 등 공급과잉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도 대우조선은 정상화, STX조선은 중소 조선사로 전환, 성동조선은 M&A 추진 등 구조개편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해운이다. 세계적으로 해운업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 1위 머스크의 비상경영 돌입, CMA CGM(3위)·NOL(12위) 간 합병, 중국 양대 선사 간 합병 추진 등은 다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대형 해운사도 구조적 측면에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유독 해운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보다 지원 쪽에 방점을 찍었다. 12억달러 규모의 민관합동 선박펀드 조성 등의 방안이 그렇다. 이유는 있을 것이다. 해운업계가 하소연해 왔듯이 ‘국적 선사의 장기 존립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잘못하면 중국만 좋은 일 시킬 수 있다’ ‘경기에 민감한 사이클적 산업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등의 주장도 그 나름의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그런 논리로 해운업에 기회를 준 것이 2009년, 2013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라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구조조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구조조정은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을 미룬다고 능사가 아닌 이유다. 오히려 타이밍을 놓치면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 정부도 해운업계도 이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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