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라면값 담합' 파기환송에 희비 엇갈린 로펌들

입력 2015-12-29 18:21
농심 등 라면업체 담합 의혹
대법원, 무죄 취지로 판결

고등법원서 패한 김앤장, 역전 성공
공정위 대리한 지평은 '고배'


[ 김병일 기자 ] 농심 등 라면업체들의 담합 의혹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4일 파기환송한 판결을 놓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에선 “앞으로 담합을 어떻게 처벌하라는 얘기냐”며 볼멘소리가 많다. 라면업계는 일단은 한숨 돌리게 됐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징벌적 배상을 포함해 수천억원의 집단소송을 제기한 뒤 한국 판결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소주 판결’의 판박이

공정거래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최근 2~3년 새 나온 법원 담합 판결의 ‘종합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작년 2월 대법원의 ‘소주 판결’을 빼닮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진로 두산 무학 금복주 한라산 등 소주업체들은 2007년 5월과 2008년 12월 두 차례 소주 출고가격을 인상했다. 공정위는 소주제조사 대표 모임인 천우회에서 가격 인상을 논의했고, 업체 간 인상률이나 가격에서 대체로 일치하는 점 등을 들어 과징금 납부 및 시정명령을 했고, 서울고등법원도 담합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의 판단은 달랐다. 정부가 전국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진로를 淪?소주가격을 통제해왔으며, 진로가 가격을 인상하면 다른 업체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리는 관행을 인정해 담합 혐의를 부인했다. 라면 사건에서도 대법원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농심의 경쟁 사업자들로서는 시장점유율 70%에 달하는 농심과 정부가 협의한 가격 수준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담합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담합의 외형이 존재한다고 당연히 부당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종래 판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또 농심 경쟁사인 삼양 측이 “담합회의에 참석했다”고 자진신고했음에도 법원 측으로부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지 못한 특이한 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박해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달리 담합의 범위를 너무 좁게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면서도 “담합으로 인정되면 형벌과 과징금을 부과받고 입찰 참가 자격까지 제한하는 법적 제재 등을 고려할 때 담합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대법원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앤장 잇단 승전보에 ‘화색’

농심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케이씨엘(KCL)은 2013년 11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패소했다. 대법원 재판에는 김앤장에선 대법관 출신 손지열 변호사와 의정부지원장을 지낸 한상호 변호사를, 케이씨엘에서도 대법관 출신 유지담 변호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인 박종민 변호사를 합류시켰다. 공정위는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등이 포진한 법무법인 지평을 앞세워 대리했지만 최종 승리는 김앤장·케이씨엘 연합군에 돌아갔다. 앞선 소주 판결에서도 로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손지열 전 대법관을 내세운 김앤장은 대법원에서 금복주 등 소주업체를 대리해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 케이씨엘은 공정위를 대리해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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