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 1병영] "군대 최초 병영갤러리…미술품 보며 스트레스 푼다"

입력 2015-12-29 18:09
에트로, 15사단 복지회관에 미술품 전시

김환기·이우환 작품 등 35점
이충희 대표, 6개월마다 교체
"명품 갤러리 들어서 눈이 호강"


[ 최승욱 기자 ] “유명 화가들의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29일 오전 10시30분 강원 화천군 사내면 명월회관. 육군 15사단 사령부와 직할부대 장병 및 가족들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회관 안에 조성된 ‘명월 백운갤러리’ 개관식에 참석한 이충희 에트로 대표 겸 백운갤러리 관장은 “전투는 머리로 하지만 군 생활은 가슴으로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준석 15사단장은 “이 대표가 전군 최초로 병영 안에 갤러리를 만들어줘 고맙다”며 “전방사단 중에서도 가장 ‘격오지’로 손꼽히는 이곳에서 장병들이 힐링한 뒤 사기를 더욱 높여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구축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화천과 철원지역 철책을 지키는 15사단은 지역 내 민간인이 8000여명으로 육군 전체 사단 중에서 가장 적다. 사령부가 있는 명월리 주변에는 변변?식당이나 카페도 없다. 해가 지면 주변이 너무 깜깜해 달만 보인다는 곳이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이 ‘승리부대’라는 휘호를 내려주기 전까지 부대 애칭도 ‘달 부대’였다. 문화시설을 이용하려면 예비사단인 27사단이 주둔한 사창리까지 차로 15분가량 이동해야 한다. 장병과 가족들이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 부대에 지난 11월 취임한 안 사단장은 마무리 공사현장을 돌아보면서 내부 공간에 미술작품을 전시하면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15사단과 1사1병영 자매결연을 맺은 에트로의 이충희 대표에게 미술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흔쾌히 수락하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에트로 본사 건물 내 백운갤러리가 소장하고 있는 500여점 중 35점을 개관기념 작품으로 빌려줬다. 지난 10월 홍콩에서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서 한국 미술경매 사상 최고가격인 46억7200만원에 1971년에 그린 작품이 팔려 더욱 유명해진 김환기 화백의 또 다른 판화를 비롯해 한미키, 이우환 화백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거래가격이 약 1000만원인 작품도 2점 포함됐다.

15사단 사령부 관사에서 3년6개월째 거주 중인 군인가족 황은아 씨는 “최신식 복지회관에 걸맞은 명품 갤러리가 들어서 눈이 호강하게 됐다. 이제야말로 대우받는 느낌이 든다”며 고마워했다. 백운갤러리는 6개월 단위로 작품을 교체해 이곳에 전시할 예정이다.

ROTC 15기로 임관, 군 복무를 마친 이 대표는 2001년 병사로 입대한 아들을 위해 강의에 나선 것을 인연으로 14년째 전국의 군부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들어 군부대 ?Ю?23회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강원대 강당에서 지휘자 금난새 씨와 서울예고 오케스트라가 2군단 장병을 대상으로 힐링콘서트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 오페라 공연에 15사단 등 전방부대 장병과 가족을 초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내년 4월 금난새 선생과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36사단 군인과 가족 800명을 대상으로 콘서트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천=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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