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동 건 한·일 관계 정상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사전협의 왜 안했나", 외교 차관 "후속조치 의견 주시면 반영"

입력 2015-12-29 18:04
남아있는 숙제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신청
일본 언론 "보류하기로 합의"
외교부 "사실무근" 부인


[ 전예진/김대훈 기자 ] 정부는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다음날인 29일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합의 이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날 협상 내용을 설명하러 찾아온 정부 당국자에게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항의했다.

서울 연남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 거주하는 김복동 할머니는 임성남 외교부 1차관에게 “협상하기 전에 우리 의사를 들어봐야 하는데 정부가 한마디도 없이 (한·일) 정부끼리만 소통한 뒤 협상이 타결됐다고 발표하는 것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 차관은 “사전에 협의하고 싶었지만 연휴 기간 중 (협상) 진전이 급하게 이뤄졌다”며 “교섭은 상대가 있고 여러 사정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결말을 지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이 빠진 점과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가 합의 조건에 포함된 것도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법적으로 사죄해야 한다”며 “소녀상은 시민들이 한푼 두푼 돈을 모아 세운 역사의 표시로 한국·일본 정부가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의 김군자 할머니는 “피해 당사자가 있음에도 정부가 합의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개인적 배상과 합의를 받게 해 달라”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은 “이번 합의를 1회성으로 끝내지 않겠다”며 “후속 조치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 설립 준비 작업을 위해 내년 초 외교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실무채널을 가동하고 상반기 재단을 출범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재단에 예산을 출연하고 한국과 협력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양국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하고 상호 비판을 자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벌써부터 한·일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전날 한·일 외교장관회담 뒤 일본 취재진에게 “한국이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합의로 한국이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보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외교부는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은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이라며 “일본과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전예진/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