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양적완화 거품 걷히고 세계 경제 '민낯' 드러날 것"

입력 2015-12-29 07:01
수정 2015-12-30 20:04
Global View

이스마일 에르튀르크 교수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걷혔지만,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선진국 통화정책 때문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일정한 기간 제로 수준의 금리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확약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신흥경제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 신흥국 가운데 원자재와 제품을 중국과 선진국에 수출하는 부류는 수출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또 자본을 수입하는 부류는 미국과 유럽에서 신흥국으로 흘러가는 자본의 증가 속도가 둔화되거나, 심지어 자본이 빠져나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신흥국 경제는 아직 충격을 흡수할 회복력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심각한 국가부도 사태나 은행 위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내년은 중국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낮은 성장률과 복잡해지는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에서 사회적 목표와 국제정치적인 야망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아베노믹스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는 점점 더 재정적으로 취약해지는 중이다. 일본 은행은 양적 완화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자유 금융시장을 근본부터 말살하고 있다.

한국은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내년 한국의 자산시장과 통화, 금융회사들은 많은 부담을 받게 될 것이다. 유로존은 매우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처럼 부채에 허덕이는 남유럽 국가들로 인해 계속 어려움을 안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마침내 회복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생산역량을 위한 투자나 높은 임금 위에서가 아니라 높은 가계부채 위에서 영위되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이 앞으로 급격한 추가 금리 인상이 뒤따르지 않을 것이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을 따라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져도 외환시장을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은 미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Fed는 지난 7여년간 양적 완화의 결과로 2조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1조80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증권(MBS)을 보유하고 있다.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 Fed는 이들 증권을 금융시장에 되팔아야 한다(역레포 확대).

Fed가 장부상의 자산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때 Fed가 미국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의 가격(부도 위험에 따르는 추가 금리)이나 유동성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는 금융 불안정성으?인한 미국 경제의 리스크가 종전보다 커졌다는 뜻이다.

2007년의 위기 이후 경제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이 택한 아주 예외적인 통화정책은 중국의 재정정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세계(fantasy world)’를 만들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의도적으로 거품을 만들어 성장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내년은 마침내 세계 경제가 ‘실체를 드러내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은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MBS) 교수진의 세계 경제 경영에 관한 칼럼을 매달 1회 독점 게재합니다. 원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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