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새 성장동력"…캐나다 온타리오주, 파격적인 규제 완화

입력 2015-12-29 07:00
글로벌 현장 리포트

내년부터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 전면 허용
5개 완성차업체 공장 입주…북미 최고 수준 인프라 갖춰
관련기업들 "연구 더 매진…가장 앞선 기술 선보일 것"


[ 강현우 기자 ]
지난달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샤와시의 제너럴모터스(GM) 연구소. 내년 출시 예정인 캐딜락 CTS 3대가 자율주행 기술 중 하나인 ‘슈퍼 크루즈’ 기능을 시험하고 있다. 세 차량 중 두 번째 차량을 타고 직선과 곡선 주로가 섞여 있는 트랙을 달려봤다.

‘슈퍼 크루즈’를 작동시켰다. 운전자가 운전대와 엑셀·브레이크를 조작하지 않아도 앞선 선도차량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차선을 따라 달린다. 선도차량이 급정거하자 기자가 탄 차량과 바로 뒤 차량이 잇따라 멈춘다.

○내년부터 자율주행 전면 허용

이번 자율주행 체험은 GM 연구소의 시험트랙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온타리오주 모든 도로에서 이런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내년부터 주 내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완화된 미국 네바다주 등【??시험주행용 별도 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온타리오의 시도는 파격으로 평가된다.

브래드 뒤귀 온타리오주정부 경제개발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온타리오주가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지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 내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100여개 기업이 내년부터 더욱 자유로운 환경에서 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타리오주에서 내년부터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려면 운전자가 타고 있을 것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가장 앞선 미국과 독일에서도 이 같은 규제완화는 없었다.

미국 네바다주 등 5개 주에서 현재 일반도로 운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운전자 탑승 외에 별도 시험주행 면허가 필요하다. 독일에선 BMW 본사가 있는 뮌헨부터 아우디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까지 80㎞가량 고속도로 구간에서만 별도 면허가 필요없이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선 여전히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국내 도로교통법 체계는 운전자가 운전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능이 있는 차량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는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도 슈퍼 크루즈와 비슷한 고속도로 자율주행 지원기능(HDA)을 탑재하고 있지만 이런 규제 때문에 운전대에서 일정 시간 손을 놓으면 HDA?꺼지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은 내년 2월 경부고속도로 41㎞ 구간 등 일부 도로에서 자율주행 임시운행을 허가할 예정이지만 △운전자 포함 항시 2명 이상 탑승 △전용 보험 가입 △5000㎞ 이상 시험운행 선행 등 요건이 까다롭다.

○자율주행차에서 새 먹거리 찾는다

온타리오주가 파격적으로 자율주행차 운행을 허가하는 것은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캐나다는 석유 매장량 세계 3위의 자원부국이지만 최근 유가 하락과 캐나다달러 약세로 올해 1,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온타리오주는 이미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북미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최대 도시 토론토를 중심으로 반경 300㎞ 이내에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 5개 완성차업체가 12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연간 자동차 생산량은 250만여대로 국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비슷하다.

IT 기업 수도 2014년 기준 2만152개로 실리콘밸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3만3691개)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많다. 자동차와 IT 간 융합의 산물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적합한 조건이다.

GM은 이미 온타리오 오샤와 연구소를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오샤와 연구소는 내년 출시 예정인 캐딜락 CTS 등에 장착될 ‘슈퍼 크루즈’ 기술을 개발했다. 슈퍼 크루즈는 앞 차와의 간격과 차선 등을 인식해 스스로 달리는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다.

도요릿?온타리오 내 13개 자율주행기술 개발업체들과 합작해 자율주행 시범차량을 제작하기도 했다.

풍부한 인력도 온타리오주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이 지역에는 ‘캐나다의 MIT(매사추세츠공과대)’로 불리는 워털루대, 토론토대 등 산학협력에 특화된 대학들이 있다. GM 등 현지에서 만난 기업들은 “이 지역에서 연간 3만명씩 배출되는 엔지니어들이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털루대의 자동차 연구소인 왓카(WatCar)에선 125명의 교수진과 GM, 도요타 등 완성차업체, 수백여개의 부품업체가 협업해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엔진·변속기,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토론토=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