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베끼기 끝…상품개발에 성패 갈린다

입력 2015-12-28 18:19
금융개혁 1년 성과와 과제 (하) 보험산업 규제서 자율로

보험상품 개발·가격 규제 20여년 만에 대대적 완화
배타적 사용기간 확대…연초 혁신상품 경쟁 예고


[ 류시훈 기자 ] 생명보험사 상품개발팀 직원들은 요즘 무한경쟁 시대가 다가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내년부터 상품 개발과 가격에 대한 규제가 20여년 만에 대대적으로 완화되는 만큼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상품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부담이 크지 않았다. 특정 보험사가 혁신적인 상품을 출시하더라도 배타적 사용기간(6개월)이 지나면 비슷한 상품을 베껴 내놓으면 그만이었다. 상품 혁신성보다 전속 설계사, 보험대리점(GA) 등 판매채널을 통한 마케팅 능력이 보험사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A생보사 상품기획팀장은 “과도한 규제를 핑계로 다른 회사 상품을 베껴 생존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상품기획과 개발 능력에 따라 보험사 간 희비가 극명히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은 보험사들엔 격변의 해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내놓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에 담긴 40여개 규제완화 과제 대부분이 4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지적한 규제의 90% 정도를 철폐하거나 완화했다”며 “자율이 주어진 만큼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보험사의 몫”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의 핵심은 상품과 가격에 대한 규제의 대대적인 철폐다. 사실상 사전인가제로 운영돼온 상품 사전신고제가 폐지되고 사후보고제로 바뀐다.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표준약관도 폐지돼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을 제외한 상품의 표준약관이 민간 자율로 운영된다.

상품 분야에서 보험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배타적 사용기간의 확대다. 상품 복제를 통한 무임승차를 막고, 신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보장되는 배타적 사용기간이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혁신상품을 내놓으면 그만큼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는 효과가 커지는 만큼 보험사들은 연초 신상품을 쏟아낼 계획이다.

생보사들은 위험률에 대한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해 고령자 건강보험, 당뇨 고혈압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유병자 보험 등 특화상품을 선보인다. 손보사들 중에서는 현대해상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등이 보험료가 기존 상품보다 10% 이상 싼 온라인자동차(CM) 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한다. B생보사 상품담당 임원은 “배타적 사용기간이 1년으로 늘어나면 상품을 베껴 판매해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규제도 사라진다. 새로운 위험보장상품 개발 때 적용하는 위험률 안전할증 한도와 금리연동형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에 활용되는 공시이율 조정 범위가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보험사는 정부가 가격 통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일부 상품의 보험료 인상에 따른 부담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 발전과 다수의 보험 가입자를 위해 합리적인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일정 정도 감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이 혹시라도 가격과 상품에 다시 간섭하게 된다면 보험 분야의 금융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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