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임도원 기자 ]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단장을 맡은 분이라 통상마찰 문제를 잘 아실 텐데….”
28일 기자를 만난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고위 관계자는 혀를 차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은 일부 업종만 포함할 것을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산업위 법안소위에서 “구조조정이 시급한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은 대기업까지 (원샷법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야당이 그동안 대기업(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업종을 불문하고 원샷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주장해온 것에 비하면 한발 물러선 듯한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원샷법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야당의 ‘양보’가 전혀 반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령으로 특정 업종을 한정해 지원하면 WTO 협정상 ‘특정성 요건’에 해당한다”며 “WTO에 제소되거나 상계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샷법은 중소기업조차 원안대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7개 경제단체는 24일 공동으로 ‘기업 활력 제고법 입법 논의 방향에 대한 경제계 긴급 의견’을 냈다. 이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종 간 융·복합화가 이뤄진 경제 상황에서 특정 업종과 특정 규모 기업에 대해서만 원샷법을 적용한다면 이는 ‘반샷법’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행태에 대해서는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잠재적 부실이 많은 대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이 급선무”라며 “야당이 훼방꾼을 자처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이 홀로 고집을 피우는 동안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구조조정까지 지연되고 있다.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도 초비상이다. 언제까지 야당의 몽니를 지켜봐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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