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제치고 아시아 50% 점유
초고순도 반도체 시약용기
개발하자 일본서도 '깜짝'
독일 기업들 인정…기술제휴
[ 김낙훈 기자 ]
정밀화학물 포장용기 제조업체 크로바케미칼(회장 강선중·73)이 다음달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1976년 1월1일, 서울 양평동 월세공장에 간판을 내걸었던 이 회사는 아시아 최대 정밀화학물 포장용기 업체로 성장했다. 작년 매출의 70%가 넘는 약 7000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고 수출지역은 중국 베트남 미국 등 30여개국에 이른다.
4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기념식을 할 만도 하지만 간단한 행사조차 치르지 않는다. “세계 빅4로 올라섰지만 세계 1위가 되기 전에는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는 게 창업자인 강선중 회장의 생각이다.
◆첨단 설비가 경쟁력 원천
크로바케미칼의 경북 경산 공장은 외부인에게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원재료 투입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전자동 시설을 갖췄지만 2012년 완공한 뒤 준공식도 하지 않았다. 생산공정의 노하우가 녹아 있기 때문이다.
생산 제품은 중형, 대형, 초대형 등 크게 세 종류다. 이들 용기는 염산 황산 등 강산성 강알칼리 위험물을 담는 용기다. 운반과정에서 파손되거나 뚜껑의 틈새로 조금이라도 새어나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완벽한 기술이 요구된다. 마개에도 첨단기술이 숨어 있다. 단 한 방울도 흘러나오지 않게 밀폐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갖춘 기업은 세계에서도 손꼽을 정도다.
이 회사는 최근 ‘초고순도 반도체 시약용기’도 개발, 국내 유수의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를 제품화한 곳은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 업체뿐이다. 강 회장은 “시장을 독점하던 일본 회사는 우리가 이를 개발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부단한 기술 개발로 초고순도 반도체 시약용기 제조기술도 이제 일본 업체를 앞섰다”고 말했다.
◆소형부터 대형까지 기술 확보
크로바케미칼은 정밀화학 용기를 국산화하면서 기술을 축적했다. 원천기술 특허의 상당수를 독일 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기술 자립에 제동이 걸렸다. 드럼(200L급 용기)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 마우저와의 기술제휴를 위해 5년간 끊임없이 독일을 찾았다.
수없이 거절당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해외 기업과 기술제휴를 맺는 데 ‘1국 1사’ 원칙을 갖고 있던 마우저는 1989년 크로바케미칼의 기술력과 재무구조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아시아권에서 가장 먼저 크로바케미칼의 손을 잡았다.
크로바케미칼은 초대형 용기 생산을 위해 독일의 슈츠와도 접촉했다. 슈츠는 해외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준 적이 없는 업체였다. 크로바케미칼은 이미 대용량 용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원천 특허가 없어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강 회장의 기술자립 열정과 회사의 성장 잠재력 등을 파악한 슈츠는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승인했다.
‘원천특허 걸림돌’이 사라지자 성장을 거듭했다. 강 회장은 2002년 ‘금탑산업훈장’, 2006년 ‘IBK기업은행 명예의 전당 헌정’, 2015년 10월 ‘명문장수기업대상’ 등 수많은 상과 표창을 받았다. 강 회장은 “글로벌 1등을 향해 새해에도 쉬지 않고 뛰겠다”며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해 세상에서 우리만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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