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탈당파에 '선전포고'…새정치연합 분당 초읽기

입력 2015-12-28 11:52
분당의 기로에서 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다시 한번 정면돌파에 나섰다.

수도권·중진 그룹의 중재안인 조기 선대위 카드를 전격 받아드는 모습을 통해 총선체제로 조속히 전환, 사분오열된 당 상황을 뚫고 가겠다는 것이다.

중재안이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추가 탈당이 없어야 한다"며 전제를 달았지만 이번에는 별도의 조건을 걸지 않았다.

조기 선대위가 추가 탈당을 막고 단합을 기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내세워 김한길 전 대표,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탈당 결행 임박설이 돌고 있는 당내 인사들의 탈당 명분을 빼앗는 동시에 설령 추가 탈당을 막지 못하더라도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인 셈이다.

특히 문 대표는 "다만 제 거취는 제가 정한다. 결단도 저의 몫"이라며 "더이상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자신의 퇴진을 분란 수습의 해법으로 제시했던 김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에 대해 '사퇴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조기 선대위의 성격을 '혁신 선대위'로 규정한 것도 계파 수장형 나눠먹기는 없다는 평소 지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또한 탈당파들을 향해 "뜻을 거두어주길 바란다"고 탈당을 만류하면서도 "무엇보다 당의 혼란을 조기에 끝내기 위해 조속히 입장을 정리해주길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에서는 "떠날 사람은 빨리 떠나라는 선전포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표는 추가 탈당 흐름과 관계없이 일단 조기 선대위를 가동, 총선 체제 전환을 통해 위기를 돌파해 나가겠다는 복안으로 보여진다.

더이상 내부 분란에 발목이 잡히기 보다는 전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영입으로 시작된 외부 영입과 공천 혁신 등을 통해 승부수를 보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실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 최고위원회의(30일)부터 선대위 구성 시기와 인선, 권한 등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최고위원들에게 밝혔다.

추가 탈당자가 발생하더라도 조기 선대위 논의는 계속 진행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성수 대변인은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나의 거취를 둘러싼 혼란상들이 연말까지는 정리되고 새해부터는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진군해가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조기 선대위는 그런 차원에서 검토됐으면 한다"고 밝혔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비주류 "선전포고다" 격앙

비주류는 문 대표의 발언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비주류 내에서는 "당의 수습이 아니라 분당을 방조하겠다는 문 대표의 의도가 드러났다. 이제 우리가 갈 길은 분명하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온다.

비주昰?한 재선의원은 "각자 알아서 탈당해줬으면 좋겠다는 말 아니냐"며 "분열을 막고 수습을 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믿음을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초선의원도 "당원이나 지역민을 만나보면 중재안이 납득할 만한 정도가 못된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문 대표가 국민과 당원을 봐야 하는데 공천권만 보면서 당을 사당화하는 것같다"고 비판했다.

◆김한길 박지원 '文 사퇴 입장' 불변

김 전 대표는 문 대표의 발언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야권 통합을 위해 문 대표 사퇴만이 해결책이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보고를 받았지만 아무 말씀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을 문 대표만 착각하는 것같다. 분당의 수순으로 가고 있는데 당 대표가 이 위기를 직시하지 않고 '나갈 사람 나가라'는 식의 말씀을 하는 것은 참으로 옳지 못한 것"이라며 문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탈당 문제와 관련, "루비콘 강가에 와 있다"며 "저는 어떤 경우에도 구차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동한 뜸했던 비주류의 추가 탈당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광주 지역구인 권은희 의원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으로의 합류를 사실상 결심한 상태다. 같은 광주인 장병완 박혜자 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계속 거론된다.

박 전 원내대표가 탈당하면 동교동계는 물론 전남지역의 일부 의원도 동반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김한길계도 주중 본격적인 탈당행이 시작될 수 있다. 해외로 머물다 전날 귀국한 최재천 의원을 시작으로 이종걸 원내대표, 주승용 최원식 의원 등이 순차탈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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