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 타결로 산업 충격 불가피
전기료 정상화, 가스냉방 비중 제고
장기적 신재생에너지 육성책 절실
김요한 <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
지난 12일 신(新)기후변화체제를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이 프랑스 파리에서 이뤄졌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인 한국은 기후변화 문제를 아직도 ‘먼 훗날에 대한 경고’ 정도로 여기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지만, 석탄발전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에너지산업 개혁법안은 통과가 좌절됐다. 하지만 활시위는 당겨졌고, 생각을 바꿔 행동해야 할 때다.
한국은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를 설정했다. 이 중 11.3%는 국제시장 메커니즘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더블카운팅이 금지돼 있어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 타결로 에너지·산업부문의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온실가스는 에너지(연료연소) 분야에서 80%가 배출된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한편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고 국내 석유 수요의 3분 ?2를 차지하는 수송분야에서 전기차와 연료전지차를 확산시켜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고통 분담 없이는 실현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류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1% 미만으로 OECD 최하위다. 신재생 발전사업자는 전력시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의 합으로 수익을 얻는데 원자력과 석탄발전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SMP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고스란히 져야 하니,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 수가 없다. 2012년 도입된 신재생의무할당제(RPS)가 과도기(4년)를 지나 내년 개편이 예정돼 있는데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둘째, 전기 가격을 정상화해야 한다. 전기로 열을 만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석탄으로 발전기를 돌리면 60%의 열은 버려지고, 40%만큼 전기가 생산된다. 이렇게 만든 전기로 다시 열(난방)을 만드는 건 비효율적이다. 이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막아 발생한 일이다. 1차에너지보다 2차에너지 가격이 낮은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 냉방에선 가스가 전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앞선 전국 LNG배관망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가스냉방을 보급하면 인프라 활용도를 높이고 민원으로 증설이 어려운 송전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가스냉방 비율은 2004년 15%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전기냉방 대비 경쟁력 저하로 현재 9% 수준에 그친다. 일본은 가스냉방 비율이 23% 수준이다. 위기 대응, 수요 관리 차원에서 가스냉방 비중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에너지 정책에 장기적 방향을 정하자.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클린파워플랜’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8%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수소사회 실현’을 국가비전으로 설정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그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의 무게중심도 이동한다. 큰 방향성 제시와 그에 맞는 에너지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파리협정은 인류 사회에 새 전환점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의 현재 모습을 살펴보고 변화를 준비하자.
김요한 < 서울도시가스 부사장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