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산사태는 인재"…'고도성장 민낯' 드러낸 중국

입력 2015-12-27 18:44
중국 정부 "불법 쓰레기 매립이 원인" 잠정 결론
도심·외곽지역간 불균형 발전·빈부격차 불거져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남부 광둥성의 대도시 선전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산사태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잠정 결론 났다. 불법으로 매립한 건축폐기물 등의 산업 쓰레기가 흙더미와 함께 밀려 내려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국 첨단산업의 ‘심장부’로 불리는 선전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최근 중국에서 진행되는 양극화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불법 매립된 산업 쓰레기가 산사태 원인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토자원부는 현장조사 결과 이번 선전 산사태는 불법으로 매립한 건축폐기물과 흙더미가 밀려 내려와 발생한 것으로, 자연지형 구조에 의한 산사태가 아니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26일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산업 인재라고 국토자원부 조사팀은 규정했다. 매립장에 100m 높이까지 쌓인 흙더미와 폐기물이 사고 당일 내린 비로 토사로 변하며 경사를 타고 쏟아져내려 광밍신구 안에 있는 공단 건물을 덮쳤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발생한 이번 사고로 7명이 사좡構?75명이 실종됐다. 국토자원부 조사 결과 매립장을 관할하는 현지 당국도 이미 지난 7월부터 안전상의 문제를 인지하고 매립장 운영업체에 수차례 개선 지시를 내렸다고 중국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빛바랜 ‘하드웨어 스타트업 허브’ 명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선전 산사태는 사상자 규모보다 선전이라는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전 중심부가 눈부시게 성장하는 동안 외곽지역은 도심의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 같은 양극화의 그늘이 이번 산사태를 통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인구 1100만명의 대도시 선전은 도시별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지면 1조6000억위안(2014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다. 선전이 최근 주목받은 것은 단순히 경제 규모보다 중국 첨단 정보기술(IT)산업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鄧小平) 시절 중국 1호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1990년대 이후 ‘세계 IT기업의 공장’ 역할을 했다. 최근 들어 IT하드웨어 관련 창업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면서 선전은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허브’로 급부상했다. 그 덕분에 선전 전체 GDP에서 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27%이던 것이 작년에는 35%, 올해는 40%(1~3분기 기준)까지 높아졌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세계 1위 드론 제조업체 DJI 등이 모두 선전에서 생겨난 기업이다.

중국 경제를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하길 원하는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도 선전은 벤치마크 대상이었다. 선전시는 2014년 초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 국회)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품질의 선전’을 새로운 목표로 제시했다. 혁신 역량을 배양해 IT를 중심으로 하는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작년 5월 선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품질에는 한계가 없다”며 선전식 경제성장 모델을 중국 전역에 확산시킬 것을 지시했다.

WSJ는 그러나 “선전의 많은 근로자가 치솟는 물가 때문에 오히려 실질구매력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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