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넷마블이 도박게임에 빠진 이유는

입력 2015-12-27 14:58
수정 2015-12-28 17:31

(박영태 IT과학부 기자) 요즘 국내 게임산업은 모바일게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PC온라인게임에서 급격하게 모바일게임으로 넘어가면서 PC온라인게임의 강자인 넥슨과 엔씨소프트도 모바일게임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게임 퀄리티는 점점 높아집니다. 수억원 수준이던 개발비는 많게는 100억원대로 높아졌습니다. 마케팅 비용도 엄청납니다. TV광고는 기본이 됐습니다.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히트작을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된 것이죠. 게다가 게임 수명도 고작 1개월 남짓 밖에 안돼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PC온라인게임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도박 게임’인 소셜카지노게임입니다. 카지노에서 하는 세븐포커, 바카라, 슬롯머신, 블랙잭 등을 온라인에서 구현한 것이죠. 지난 11월 초 코스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가 소셜카지노게임으로 대박을 치면서 국내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도 소셜카지노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넷마블게임즈 네오위즈게임즈 NHN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카카오까지 소셜카지노게임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더블유게임즈는 올 3분기까지 매출액 884억800만원, 영업이익 246억5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712억5700억원)을 이미 넘어선 상태입니다. 더블유카지노와 더블유빙고 등 두 가지 게임만으로 이룬 성과입니다. PC온라인 기반 ‘더블유카지노’는 페이스북 소셜카지노게임 부문에서 글로벌 매출 순위 4~5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손자회사인 지니랩스를 통해 북미 지역에서 소셜카지노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TV용 소셜카지노게임인 ‘카지노 월드 챔피언쉽’은 최근 아마존TV의 소셜카지노 장르에서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이 게임은 TV리모컨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홀덤포커 게임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제안으로 스마트TV용 게임 개발에 뛰어들어서 낸 성과입니다. 정승범 지니랩스 대표는 “애플TV, 안드로이드TV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계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들 소셜카지노게임을 국내에선 만날 수 없습니다. 더블유게임즈도 해외에서만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국내서는 소셜카지노게임을 도박게임으로 규정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법·제도 상으로 불법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소셜카지노게임에 대해서는 등급분류심의를 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게임등급을 받지 못하다보니 서비스를 못하는 것이죠. 2005년과 2006년 전국을 휩쓸었던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가 사회 문제로 부각된 이후 정부가 도박 게임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북미 등 해외는 다릅니다. 북미에선 소셜카지노게임에 대해 규제가 거의 없습니다. 성인이면 누구나 현금을 내고 게임머니를 사서 하이로, 릴 등의 チ惻諛纛湛?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선 판돈으로 쓰는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직접 구매할 수 없습니다. 대신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을 사면 게임머니를 지급하는 방식의 간접충전만 허용됩니다. 결국 돈으로 게임머니를 사는 것은 똑같은데 형식상 직접이냐, 우회냐로 불법과 합법을 가르고 있는 거죠. 게다가 슬롯머신 같은 릴 게임은 국내선 온라인 서비스를 할 수 없습니다.

세계 소셜카지노게임 시장 규모는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북미가 최대 시장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도 소셜게임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지금은 광고가 주 수입원이 됐지만 3, 4년 전까지만해도 징가 등 소셜게임업체들에게서 받는 수수료가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선두권 게임업체들이 소셜카지노게임 사업에 줄줄이 뛰어드는 것은 이같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입니다. 해외에선 사행성 논란도 없으니 사업하기가 훨씬 편한 측면도 없지 않을 듯합니다. (끝)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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