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 부진했지만 엔에스·로지시스 100% 넘게↑
AJ네트웍스·제주항공·토니모리, 공모가 대비 두자릿수 수익률
[ 서기열 기자 ]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 13년 만에 가장 많은 118개 기업이 상장한다. 바이오·화장품 업체를 중심으로 상장이 늘어난 덕분이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재상장 제외)은 각각 14개, 100개로 집계됐다. 다음주 유가증권시장에 잇츠스킨과 코리아오토글라스 등 두 곳, 코스닥시장에 코디엠 에스와이패널 등 두 곳이 추가 상장할 계획이어서 올해 총 118개 기업(유가증권시장 16곳, 코스닥시장 102곳)이 상장한다. 2002년(164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반도체 장비업체 줄줄이 마이너스
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업체 펩트론이 지난 7월 상장 이후 274%의 수익률을 올려 신규 상장주 가운데 군계일학이었다. 플라즈마 등 신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업체 에스엔텍(140.00%)과 2차전지 관련 자동화 장비를 생산하는 엔에스(139.38%), 전산장비 관리업체 로지시스(126.40%)의 주가도 공모가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에스엔텍과 엔에스는 장비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을 개발 중이거나 성장하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영화 특수효과 업체 덱스터(93.93%)도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국 자본의 투자를 이끌어내며 상장 후 3일 만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비해 공작기계업체 유지인트(-61.2%)와 반도체 후공정 장비업체 제너셈(-46.67%) 등 기계 및 장비 생산업체는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주가가 공모가보다 40% 이상 하락했다. 반도체 이송 장비업체 싸이맥스(-38.34%), 반도체 검사장비업체 엑시콘(-29.50%),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리드(-22.35%)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장비업체들이 코스닥 공모주 수익률 하위 10개 기업 중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종은 경쟁이 치열한 데다 기존 동종업계 상장사들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해 주가가 공모가보다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LIG넥스원 34% 상승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부동산 개발업체 SK D&D가 143.85%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했다. 공모가 2만6000원으로 지난 6월 상장한 SK D&D는 8월18일 장중 9만8500원을 찍은 뒤 차익실현 매물로 급락해 9월25일 5만100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반등에 나서 지난 24일 6만3400원에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대규모 신규 부동산 개발 사업을 계속 따내면서 성장성을 증명했고 수주잔액이 풍부해 좋은 실적을 냈기 때문”이라고 주가 상승 이유를 설명했다.
AJ네트웍스(34.26%), LIG넥스원(34.21%), 제주항공(32.17%), 토니모리(19.38%) 등도 공모가에 비해 두 자릿수 이상 수익률을 거두며 선전했다. 하지만 타이어 금형업체 세화아이엠씨(-41.53%)와 미래에셋생명(-31.87%)은 공모가를 크게 밑돌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미래에셋생명은 생명보험업종 전반의 성장성이 불투명해진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주 시장에서 올 상반기에는 ‘묻지마 투자’ 경향이 두드러졌지만 일부 대형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이 냉각됐다”며 “내년에는 주가가 오를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옥석가리기’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