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못치면 KLPGA 상금쌓기 '머나먼 길'

입력 2015-12-25 18:06
퍼트가 돈?…이젠 드라이버가 돈!

박성현·조윤지·전인지 등 거포들 상금 상위권 점령
'송곳 아이언샷' 뒷받침…그린 적중률 높여야 우승


[ 최만수 기자 ] 2015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4라운드. 이정민(23·비씨카드)에게 1타 차로 쫓기던 박성현(22·넵스)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투온을 시도했다. 장타자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는 과감한 시도였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퍼팅으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퍼트보다 장타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는 게 박성현의 설명. 올해 KLPGA 투어에서는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계의 격언이 통하지 않았다. 박성현뿐 아니라 장타자들이 상금순위 상위권을 휩쓸면서 ‘드라이버=돈’이라는 새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성적은 퍼트순 아니잖아요

2015 KLPGA 투어 상금랭킹 상위권에 오른 선수는 대부분 장타자다. 상금 순위 상위 5명 중 5위 고진영(20·넵스)을 제외하고 1~4위가 모두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0위 안에 들었다.

이번 시즌 평균 254.28야드의 장타를 날리며 평균 드라이버 거리 1위에 오른 박성현은 퍼트가 약하다. 평균 퍼트 순위는 74위(31.15개)에 머물렀다. 그나마 하반기에 퍼팅감을 잡으며 순위를 많이 끌어올린 것이다. 박성현은 올해 상금 순위 2위에 오르며 드라이버로 돈을 벌 수 있음을 증명했다.

상금랭킹 3위 조윤지(24·하이원리조트), 상금랭킹 4위 이정민(23·비씨카드) 역시 내로라하는 장타자다. 이정민은 장타부문 7위, 조윤지는 8위다. 하지만 이정민은 평균 퍼트 58위(30.97개), 조윤지는 69위(31.08개)로 역시 그린 위에서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한국여자골프에서 다승, 상금왕, 올해의 선수상 등을 휩쓴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지존’답게 드라이버샷 거리와 평균 퍼트에서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전인지는 평균 245.20야드를 날려 드라이버 비거리 10위에 올랐다. 퍼트 순위도 10위(30.17개)를 기록하는 등 약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평균 퍼트 순위에서 상위권에 오른 선수는 2위 김혜윤(26·비씨카드)과 10위 전인지를 제외하고 모두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평균 퍼트 1위에 오른 이은빈(22)은 아예 1부 투어 카드를 잃었다.

◆일단 멀리 치고 아이언으로 승부

다만 평균 퍼트 수가 많다고 해서 퍼트 실력이 약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린 적중률이 높으면 버디 퍼트 기회도 늘어나게 돼 평균 퍼팅 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높은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

‘아이언샷의 달인’ 이정민과 조윤지는 78% 넘는 그린 적중률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전인지는 77.6%로 4위, 박성현은 76.98%로 6위를 기록했다. 일단 공을 멀리 보낸 뒤 짧은 아이언을 잡고 공을 쉽게 그린 위에 올려놓은 뒤 타수를 줄였다. 지난 13일 KLPGA 투어 2016시즌 개막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박성현은 이런 방식으로 김효주(20·롯데)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장타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신체조건이다. 전인지(175㎝), 이정민(173㎝), 박성현(171㎝), 김민선(175㎝)은 모두 170㎝가 넘는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장타를 뿜어낸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코스 전장이 매년 길어지는 추세여서 당분간 장타자의 강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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