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8년 만에 증권업계 1인자로…박현주 회장 단독 인터뷰
1조 더 주더라도 무조건 잡아야 할 회사라고 판단
통합법인 사명은 '미래에셋대우증권' 될 것
대우직원들 다 후배…감원할 조직이면 안 샀을 것
증권업은 성장산업…사람 되레 더 뽑아야
[ 김동욱/민지혜 기자 ] ‘승부사’ ‘증권업계의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인물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KDB대우증권 인수로 창업 18년 만에 증권업계 1인자로 우뚝 선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얼굴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24일 오후 지인들과 서울 모처 커피숍에 있던 박 회장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 한국경제신문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는 “그동안 투자은행(IB) 등 새로운 사업이 하고 싶어 몸살이 났다”며 “앞으로 금융업에서 진정한 창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증권업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의 꿈을 이뤘습니다. 젊은 시절 대우증권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이제 미래에셋과 한울타리에서 일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대우증권 인수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단순히 대우증권이라는 회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중심, 나아가 시장을 통째로 산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페어몬트호텔을 인수한 것을 두고 ‘호텔이 아니라 피카소를 산 것’이라고 주변에 말하곤 했습니다. 이제 피카소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손에 쥔 셈입니다.”
▷인수가격 2조4000억원대가 입찰 경쟁후보들의 제시 가격과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인수가격을 책정한 기준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매각 측, 다시 말해 정부(산업은행)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에셋과의 시너지에 걸맞은 가격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경쟁 후보들 모두 예상 시너지를 산정했겠지만 우리 측 시너지가 가장 크게 나왔을 겁니다. 미래에셋과 대우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상호 보완적인 부문이 촘촘합니다. 다른 회사보다 5000억원을 더 썼다고 해도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우에 따라 1조원을 더 쓰더라도 무조건 잡아야 할 회사였습니다.”
▷시너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기본적으로 자산운용부문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IB 및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부문 1위인 대우증권이 만난 겁니다. 저는 ‘1+1=2’가 아니라 ‘1+1=3’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점포(75개)와 대우증권 점포(105개)를 합치면 180개가 됩니다. 여기에서 미래에셋생명의 보험상품이나 운용사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해외 지사에서 두 회사의 상품을 교차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대우의 IB부문이 합세하면 대체투자 쪽 사업도 엄청난 속도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봅니까.
“과거엔 위험을 감수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규모가 큰 IB 거래를 하는 데 필수적인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이 가능합니다. 하고 싶은 일, 구상하고 있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그동안 IB사업을 제대로 하고 싶어서 몸살이 났습니다. IB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업입니다. 진정한 창조, 모험자본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줄 겁니다.”
▷증권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정반대로 생각합니다. 증권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퇴직연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성장 탄력은 어느 업종보다 높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증권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도 대우증권 인력이 합류하면 중복되는 분야가 있지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과 비교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고객자산을 다 합치면 210조원이지만 지점은 180여개밖에 안됩니다. 반면 이미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300조원짜리(고객자산) 대형은행들은 1000개의 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점을 더 늘리고 사람도 더 뽑아야 합니다.”
▷대우증권에 대한 구조조정은 전혀 없을 것으로 봐도 됩니까.
“저는 처음부터 구조조정을 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대우증권 직원은 다 제 후배들 아닙니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선배가 후배를 자릅니까. 저는 부실회사를 산 것이 아닙니다. 대우증권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 조직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조직, 인력, 인프라 전부 다 우수하고 미래에셋증권보다 더 공격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 자본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꿈꿉니까.
“제가 편하게 돈을 벌려고만 했다면 증권업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하지 않았을 겁니다. 빌딩을 사서 임대수익을 얻는 게 가장 손쉬운 길입니다. 한국이 자원이 풍부한 것도 아니고 옛날 방식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도 없습니다. 제조업은 중국에 거의 다 따라 잡혔습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투자만이 살 길입니다. 제가 미래에셋을 세운 이유, 대우증권을 인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국 자본시장 발전에 일조하는 회사를 만들자, 금융업계를 이끌어갈 자산관리의 모델을 만들자, 투자가 왕성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을 보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도전정신 부재입니다. 가장 모험적이어야 할 자본시장조차 도전과 투자를 두려워하는 풍조가 퍼져 있습니다. 야성이 사라진 것이죠. 한국 경제는 성장의 길을 가야 합니다. 리스크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대우증권이란 사명은 어떻게 됩니까.
“대우라는 이름을 계속 쓸 것입니다. 대우증권은 한국 증권의 역사와 같은 회사입니다.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 것입니다.”
▷대우증권 인수가 미래에셋 성장의 ‘종착역’은 아니겠지요.
“JP모간이 오늘날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는 200번의 인수합병(M&A)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래에셋은 이제 겨우 20회 정도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김동욱/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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