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도시경쟁력이다] 국제무대서 빛나는 '비엔날레 키즈'…예향(藝鄕) 광주, 세계적 예술도시로

입력 2015-12-24 18:53
(3) 광주 아시아 문화 허브로 발돋움 -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총 10회 관람객 723만명…'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성장
예술 거장들 앞다퉈 참가

도시곳곳 예술공간으로 재생…국제아트페어 등도 성황


[ 선한결 기자 ]
“세계 예술평론가와 큐레이터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비엔날레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명성이 높다.”(미국 뉴욕타임스)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들이 참가하며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보다 관람객이 많다.”(영국 가디언)

세계 주요 언론들은 지난해 열린 광주비엔날레 기사를 앞다퉈 내보냈다. 이들은 광주비엔날레를 ‘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현대미술 전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전시’ 등으로 소개했다.

1995년 광주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 순수미술 비엔날레가 세계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는 국제 미술축제로 성장했다. 미국 미술전문매체 아트넷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를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독일), 휘트니비엔날레(미국), 마니페스타(네덜란드)와 함께 ‘세계 5대 비엔날레’로 꼽으며 “예산, 歡耽?수, 영향력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예향에서 ‘국제 예술도시’로

1회부터 지난해 열린 10회까지 총 관람객 723만2460명이 다녀간 광주비엔날레는 ‘예향(藝鄕)’ 광주를 국제적인 예술도시로 거듭나게 했다.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 이미지와 국제적 위상을 높인 대표적 사례다. 세계 예술계 거물들이 비엔날레 기간에 광주를 찾는다. 지난해엔 니컬러스 세로타 영국 테이트미술관장, 피오나 로메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전시감독, 리처드 암스트롱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장, 아네트 쿨렌캄프 카셀도큐멘타 대표 등이 다녀갔다.

한국 예술을 세계에 소개하는 통로 역할도 한다. 201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인 전준호 문경원,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은 임흥순 감독이 모두 ‘광주비엔날레 키즈’다. 임 감독은 지난 5월 열린 시상식에서 “광주비엔날레가 나를 키웠다”고 말했다.

세계 유명 예술가들도 광주를 ‘예술도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10~11월 열린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섭외 1순위’에 오른 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조반노니,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은 “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라며 초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광주발전연구원은 지난해 열린 광주비엔날레의 생산·부가가치 유발효과를 657억원, 고용유발효과를 714명으로 추산했다.

◆도시 곳곳, 예술 통해 활력 찾아

광주는 비엔날레와 함께 예술 창작자 육성과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문화재단은 예술가들에게 숙식과 작품 제작비 일정액, 전시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참가 작가인 이이남과 미디어아트 작가 진시영 조용신 등이 이곳 출신이다.

예술로 공간을 재생해 활력을 되찾은 곳도 많다. 예술시장으로 탈바꿈한 대인동 대인시장이 대표적이다. 청년들이 골목마다 벽화를 그리고 공연과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오가는 사람이 적었던 전통시장은 사람들로 다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야시장에는 평균 1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도시 곳곳에 예술작품을 설치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광주폴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11년부터 영구설치물 19점이 생겼다. 미국 건축가 프란시스코 사닌이 만든 버스정류장, 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제작한 이동식 포장마차, 길을 지나다 탁 트인 하늘 풍경을 즐기게 하는 일본 건축가 쓰카모토 요시하루의 잠망경 등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광주의 순수예술 향유층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미술축제 ‘2015 광주국제아트페어’는 나흘간 관람객 7만여명을 모으고 작품 800여점을 팔았다. 지역예술축제로는 눈에 띄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 최대 전시·공연 시설 갖춰

광주는 지난달 문을 연 아시아 최대 종합문화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활용해 국제예술도시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 자리에 연면적 16만1237㎡ 규모로 들어선 아시아문?患瑛?광주비엔날레 전시 면적의 세 배인 2만5459㎡의 전시공간과 1700여석의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광주는 이곳에서 세계적 수준의 전시와 공연을 선보이고, 공연·미술 등 아시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방선규 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각국에서 모인 예술가를 지원하며 함께 전시를 꾸리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이 음악극부터 실험적인 연극 등 다양한 콘텐츠로 공간을 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규수 광주시 관광진흥과장은 “지금까지 구축한 예술 콘텐츠와 인프라를 연계하고 활용해 도시 발전의 시너지효과를 낼 계획”이라며 “미디어아트를 광주천과 양림동 근대문화유산, 사직공원 등 지역 문화자산에 접목한 예술관광 상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