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이 미 달러화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이 지역 최대 원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를 비롯해 앙골라,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등이 일부 수입품에 달러화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달러화 지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들어오는 달러는 계속 줄고, 자국 통화가치 급락을 막으려고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각하는 바람에 달러 보유액이 급감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돈을 달러로 바꾸는 게 어려워지고, 심지어 GE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필요한 기자재 수입과 이익 송금에 애로가 있다고 한다. 예상은 했지만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다.
달러화 기근이 아프리카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가 없다. 외화수입의 상당부분을 원유 등 원자재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모두 이런 상황에 처할 개연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자원 보유국들 중 통화가치가 이미 급락한 나라가 수두룩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레이시아 같은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20% 이상 떨어졌다. 강(强)달러에 못 이겨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는 나라도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중동과 남미 산유국도 포함돼 있다. 저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이들의 외환사정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미국이 원유를 수출한다.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뀌는 痼甄? 이제까지 무역적자를 통해 세계로 풀려나가던 달러가 그만큼 줄어들고, 미국 본토로 돌아오는 달러의 환류는 더 거세질 것이다. 달러가 모자란다는 소리가 아프리카를 넘어 중동 산유국, 자원부국 등으로 순식간에 확산할 수도 있다. 단순히 달러의 강세가 아니다. 달러 품귀시대를 맞고 있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