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미래 '생각하는 공장'
[ 김현석 기자 ]
문어발처럼 생긴 설비가 분주히 누전 차단기용 핵심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직원 한 명이 서서 상황을 확인한다. “1년 전까지도 이 생산라인에 20~30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스마트공장으로 바꾸고 나니 한 명이면 충분합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LS산전 청주사업장의 스마트화를 담당한 조정철 선행생산기술개발부장의 얘기다. 라인에 있던 베테랑 직원들은 신규 라인에 투입돼 그쪽도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LS산전은 지난 상반기 청주사업장 내 G동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시킨 뒤 최근 공개했다. 생산성이 60%나 높아진 효과를 국내 중소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다.
생산성 60% 높아진 스마트공장
22일 찾아간 스마트공장 G동 내부는 깨끗했다. 저압차단기와 개폐기를 하루 수만대씩 생산하지만 부품이 많이 쌓여 있지 않다. 판매 현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발주가 이뤄져 1.5일분 분량만 정확히 유지해서다. 규격화한 상자에 담긴 부품은 무인운반차가 다음 공정으로 실어나른다. 혹시 사람이나 물건과 부딪히면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멈춰서는 똑똑한 로봇이다.
설계-생산-판매 등 전체 시스템을 통합한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연결된 컨트롤러(PLC)가 공정마다 붙어 있다. PLC는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각종 여건을 확인해 정보를 0.5초 단위로 MES로 보낸다. 한 라인에서 하루 50만개씩 수집하는 정보는 빅데이터로 가공해 공정 개선에 쓴다. 온도 가동시간 등 각종 조건에 따른 불량률 등을 분석해 지속적으로 최적화한 생산 환경을 만들어가는 식이다.
제조가 끝난 제품은 검사로봇이 사진을 찍어 양품과의 차이를 확인한다. 작동 시 생기는 진동도 센서로 체크해 이상이 없으면 내보낸다. 포장·적재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LS산전은 설비 대기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생산성은 60% 이상 올렸다. 저압기기 라인은 38개 품목의 하루 생산량이 기존 7500대 수준에서 2만대로 늘었다. 에너지 사용량 역시 60% 이상 줄었고 불량률은 27PPM(PPM=100만분의 1)으로 급감했다.
“협력사 품질을 높여라”
LS산전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기업에 맞서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7년 견학한 독일 지멘스의 공장은 충격을 줬다. 독일 ‘제조업 4.0’의 기초를 제공한 지멘스는 생산 자동화뿐 아니라 설계·개발과 판매까지 모두 통합해 생산성 혁명을 이뤄내고 있었다.
이를 본 LS산전은 연구 검토를 거쳐 2011년부터 스마트화를 시작했다. 총 200 占坪?투입해 지난 4월 스마트공장 구축을 마쳤다. 기존 생산 자동화에 더해 연구개발-구매-영업·판매까지 모든 걸 다 연결시키고 그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수집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이뤄나가는 방식이다.
LS산전엔 또 하나의 동기가 있었다. 협력사의 품질관리를 돕겠다는 것이다. 절반가량의 부품(부가가치 기준)을 협력사가 만드는데 이들 부품의 품질이 높아지지 않으면 LS산전이 생산하는 제품도 품질을 보장할 수 없어서다. 이에 따라 100여개에 이르는 협력사에 올해부터 내년에 걸쳐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 5개 핵심 협력사에 대해선 스마트공장화까지 지원하고 있다.
비용은 LS산전이 40%, 협력사가 37%, 정부가 23%를 댄다. 조 부장은 “예전에 협력사 부품 불량으로 제조 라인이 서는 일이 잦았지만 이제는 그런 일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LS산전이 이런 동기로 개발한 스마트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에 적합하다. 스마트공장을 △기초 △중간1 △중간2 △고도화 등 4단계로 나눈다면 중간1~중간2 단계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 공장 등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곳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모든 중소기업이 스마트화를 할 수는 없고, 할 필요도 없다는 게 조 부장의 설명이다. 조 부장은 “잘하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하며 또 어느 정도 생산량이 돼야 스마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돈이 들어가는 만큼 계속해서 라인을 돌려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청주=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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