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Focus
2030 '휴대폰 열풍'
중국 화웨이 개조한 '아리랑', 신형 '평양타치' 인기몰이
400달러가량 고가에도 불티
고민 깊어지는 북한 당국
중국 이동통신망 이용하는 브로커들 탈북 돕는 일 빈번
'달러벌이' 짭짤해 단속 못해
[ 김대훈 기자 ]
북한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엄지족’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인구 100명당 10대를 넘어섰다. 통계청이 발간한 ‘2015 북한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작년 이동통신 가입수는 280만개다. 휴대폰 보급은 370만대 수준인 것으로 국정원은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사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보 유통 확산이 북한의 사회변동을 이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갤럭시로 카카오톡 하는 청년들
북한의 휴대폰은 신분 과시용 ‘사치재’에서 ‘필수재’로 변하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평가다. 북한이 3세대 이동통신(3G) 사업을 시작한 2009년만 해도 공식적으로 외화벌이 무역일꾼에게만 휴대폰 보유가 허용됐다. 당시 가입수는 6만9000대가량이었다. 그마저도 단말기 공급량이 달려 뇌물을 바쳐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통신망 관할 부서인 국가체신관리국(체신국)과 거주 행정기관, 인민보안부의 허가를 잇따라 받아야 했던 가입 절차가 간소화하면서 수요가 대폭 늘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평양시민을 심심찮게 목격했다고 전한다. 장마당 장사를 하려면 손전화(휴대폰의 북한식 이름) 없이는 안 된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한 탈북자는 “허가와 통신 감청을 피하려고 명의를 빌려 휴대폰을 개통하는 장마당 일꾼이 늘어났다”며 “각 체신소 앞에선 200달러가량을 받고 불법 휴대폰을 개통해주는 거간꾼이 진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 있는 휴대폰은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을 개조한 ‘아리랑’과 신형 ‘평양타치(터치)’다. 아리랑의 가격은 400달러가량으로 북한 쌀 300㎏ 이상을 살 수 있는 고가다. 중국산 중고 전화기, 통신망인 고려링크와 공동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의 단말기도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연결과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선 지역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팔리는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도 북한 사람들에게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이들은 휴대폰을 컴퓨터나 블루투스로 접속해 안드로이드 패키지 파일(APK)을 깔아 앱을 사용하기도 한다. 통신망에 연결할 수 있도록 개조한 삼성 중고 단말기를 통해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할 수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북한 보안원의 수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숨김’ 기능을 탑재한 개조 휴대폰도 인기라고 한 탈북자는 전했다. 한국 가요와 영상물을 스마트폰으로 몰래 보는 북한 주민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돈 때문에…北, 스마트폰 막지 못해
휴대폰 사용이 확대되면서 북한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중국 이동통신망의 전파가 잡히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브로커들이 북한 주민과 접촉해 탈북을 돕는 일이 빈번해졌다. 탈북자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하거나 돈을 보내고 확인할 때 휴대폰을 이용한다. 대포폰 사용이 늘어난 탓에 도·감청 여건도 나빠졌다. 북한 당국은 압록강변에서 선박을 이용해 방해전파 송출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주민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이 휴대폰 사용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이유는 단말기 매매와 통신망 사업이 국가가 전매하는 독점 사업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휴대폰 단말기는 기종과 사양에 따라 100달러, 최대 700달러로 판매 중이다. 작년 북한이 중국에서 수입한 단말기는 100만대. 대당 80달러가량인 휴대폰 전량이 북한 주민에게 공급됐다고 가정하면 단말기 매매로만 한 해 최소 2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은 것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 당국은 추가 통신료와 심(SIM)카드 대금, 휴대폰 개통에 필요한 뇌물 등을 달러로 받으면서 통신사업을 시중에 풀린 외화를 회수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며 “최근 휴대폰 사업을 총괄하는 체신국이 간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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