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이어 오세훈 전 시장 "당의 방침 따르겠다"
'총선 지형 '대변화 오나
서울 광진구 살았던 오세훈, 김한길·추미애와 대결 가능성
불쾌감 표시한 친박
"장관·청와대 참모출신 겨냥…김무성 먼저 솔선수범을"
[ 조수영 기자 ]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20대 총선 ‘험지출마론’에 대해 23일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유력인사들은 당의 텃밭보다는 열세지역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에 급속도로 힘이 실리면서 새누리당의 총선 경선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김무성 대표는 전날 안 전 대법관을 직접 설득한 데 이어 이날 오 전 시장을 만나 험지 출마를 권유했다. 서울 종로엔 새누리당에서 오 전 시장과 박진 전 의원이 표밭을 다지고 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 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조해 달라고 했다”며 “오 전 시장은 ‘당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다만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는 종로 지역을 포함해 계속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오 전 시장도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종로를 다시 탈환하는 것을 포함해 어떤 가능성도 다 열어두고 무엇이 가장 당에 도움이 될 것이냐를 기준으로 당에서 결정해주는 대로 따르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직에서 물러나 광진구에 거주해 새정치연합 김한길(광진갑), 추미애(광진을) 의원 지역 출마도 거론된다.
안 전 대법관은 부산 해운대구에 선거사무실까지 열었고 오 전 시장도 거주지를 종로로 옮기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들이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험지출마론에 크게 힘이 실리고 있다. 당내에서는 정몽준 전 의원과 영남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서울 서초갑에서 맞붙는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혜훈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김 대표도 “다른 분들도 만나고 있다”고 말해 설득작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당의 절대적 열세지역인 호남에 유력인사들이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오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언론에 거론되는 분들에게 정치적 명성에 걸맞게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호남 출마를 권유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막연하게 험지출마라고 말하지 말고 현 정부에서 정치적 명성을 얻은 분은 과감하게 최악의 시뮬레이션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된다.
험지출마론에 대해 친박계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험지출마론이 당의 텃밭지역에 출마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 및 측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친 微兀?김 대표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험지출마하라고 남들 등을 떠밀 게 아니라 자신이 험지출마할 준비가 돼 있을 때 나를 희생하고 내던지고 있으니까 당신네들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를 딱 지칭해서 말씀드리기는 그렇다”고 했지만 김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장관 등 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은 지역 선거구에서는 정치 초년병일 뿐”이라며 “연고도 없이 호남에 출마하라는 것은 선거 초년병이 그냥 나가서 전사하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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