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 아래 아파트 같은 실내… 벽·창호엔 단열·방음 신소재 무장
3.3㎡ 건축비 700만원대까지↓
국토부, 한옥마을사업 강화…도로·전기 등 기반시설 제공
공공건물도 한옥형태 잇따라
성북구 어린이집·종로 도서관…정부서 건축비 지원 혜택도
[ 이현일 기자 ]
지난 20일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의 자립형 사립고교 하나고 맞은편 단독주택지구에선 필지별로 한옥 신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옥 상가와 한옥 박물관 공사가 끝나고 한옥 주택 건설이 마무리된 필지도 속속 나오면서 은평뉴타운 한옥마을 윤곽이 제법 뚜렷해졌다. 이곳 한옥마을 주민 손모씨는 “기반시설이 아직 다 조성되지 않아 불편한 측면은 있지만 집 내부는 최신 시설을 갖춰 예전에 살던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손씨의 집은 한옥마을에 가장 먼저 지어진 다섯 가구 중 한 집이다. 그는 231㎡ 부지를 약 5억원에 구입한 뒤 건축비 6억원을 들여 두 가구가 살 수 있는 2층 연립 한옥을 지었다. 한 가구엔 손씨 가족이 살고 나머지 한 가구는 세를 놓을 계획이다. 한옥마을 집들은 외관은 목재기둥과 기와지붕 형태지만 벽, 창호, 문 등엔 신소재가 사용 품?부엌 화장실 등은 아파트 내부와 거의 같은 이른바 ‘생활형 한옥’이다.
현대 생활양식에 맞게 진화한 도시형 한옥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전남 장성군엔 약 12만6000㎡ 규모의 한옥 전용 주거지가 조성되고 있다.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청 신도시에는 1단계로 73가구의 한옥이 들어설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강원 강릉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오죽헌 부근 1만2300㎡ 터에 20가구의 한옥마을을 조성해 관광 숙박시설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옥 건축이 활기를 띠는 것은 다양한 관련 기술 개발로 건축비가 기존 3.3㎡당 1500만원가량에서 최근 700만~1200만원 정도로 낮아지고, 가정 내 생활 불편함도 크게 해소됐기 때문이다.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장기간 주인을 찾지 못했지만 지난해부터 필지를 쪼개고 한옥 특성에 맞게 부지를 재배치하면서 모두 팔렸다. 한옥 활성화를 위해 땅을 조성 원가(3.3㎡당 950만원)보다 싼 3.3㎥당 720만~750만원에 공급했다.
김대익 국가한옥센터(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은 “은평한옥마을 165㎡ 부지에 전용면적 84㎡ 정도의 단층 한옥을 지으면 6억~7억원 정도로,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값보다 싸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지원도 다각도로 제공되고 있다” 고 말했다.
한옥으로 지어지는 정부·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건물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문을 연 국공립 ‘흥천어린이집’은 옛 한옥 사찰인 흥천사와 비슷한 한옥 형태로 지어졌다. 국토교통부가 한옥 설계예산을 지원하고 흥천사에서 토지를 무상임대해주면서 지하 1층~지상 2층 연면적 591㎡ 규모의 특색 있는 어린이집이 신축됐다. 서울 종로구에선 지난해 말 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이 준공됐다. 원래 공원관리사무소로 사용하던 낡은 2층짜리 양옥 건물을 철거하고 전통방식으로 제작된 수제 기와를 사용한 한옥을 지었다. 담장 기와 중 일부는 돈의문뉴타운 재개발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 기와 3000여장을 가져와 재사용했다. 이들 공공 건축물은 올해 대한민국 한옥공모전에서 대상과 한옥상을 각각 받았다.
국토부는 새 한옥 건축과 한옥마을 조성을 촉진하기 위해 기술 지원이나 보조금 등의 재정 지원을 하는 근거가 담긴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통과된 이후 한옥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새로 조성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도로와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강릉시 한옥마을 조성에는 국토부가 33억원을 지원했다.
김진숙 국토부 건축정책국장은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등 도심과 가까운 신도시·택지지구에서 단독주택용지에 한옥 건립하는 한옥 지원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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